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월 인도에서 문 대통령과 만난 데 이어 이번에 한 번 더 마주치게 됐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특별수행원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방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같은 비행기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삼성 간의 냉랭했던 관계가 풀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부회장이 수행단에 포함된 것에 대해 “재판은 재판대로 엄격하게 진행하고, 일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빠졌는데 이에 대해 임 실장은 “오늘 출국해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 등과 면담이 잡혀 있다고 들었다”며 “자동차 부문 미국의 관세 예외를 인정받는 문제와 관련해 핵심 당사자이고 일정도 오래전에 잡혀 있어 적극적으로 그 일정을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에서 4대 그룹 총수급 인사들이 방북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인데 총수급 인사들이 방문하는 것 자체를 달갑게 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임 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신경제구상’ 또한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해 미국과 온도차를 보였다. 임 실장은 또 “한 언론인이 칼럼에서 ‘외교안보 분야에서 눈치를 보며 관행만 답습했다면 역사의 진전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며 “그런 마음으로 이번 회담을 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역시 미국과는 결이 다른 메시지로 해석된다.
특별수행원 중에는 사회간접자본(SOC)을 담당하는 공기업 사장도 다수 포함됐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비핵화 진전이 더딘 가운데 남북 간 전력문제를 논의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어 불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포함됐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동행한다. 대북 사업을 활발히 펴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국회의장단과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대표가 빠진 것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북한은 정권이 바뀔 경우 남북 간 합의도 유야무야될 수 있어 판문점 선언의 비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북 평양 정상회담 전 비준은 무산됐고 국회 내 핵심관계자들의 방북도 이뤄지지 않았다. 임 실장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환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참석자들을 살펴보면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 양대 노총 위원장이 있다. 문화체육계에서는 가수 지코와 에일리, 김형석 작곡가가 포함됐다.
한편 선발대는 이날 오후12시15분 고려호텔에 도착해 평양·서울 정부 종합상황실 간 시험통화에 성공했다. 공식수행원 숙소는 백화원에, 특별수행원과 기자단 숙소는 고려호텔로 확정됐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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