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배상문(32)이 마지막 홀의 환상적인 버디로 잃을 뻔했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권을 지켜냈다.
배상문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의 힐크레스트CC(파71)에서 끝난 웹닷컴 투어 파이널 시리즈 3차전 보이시 오픈(총상금 10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웹닷컴 투어는 미국 PGA의 2부 투어다. 이 대회 2·3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린 배상문은 이날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그는 앤더스 앨버트슨(미국·18언더파) 등 3명의 공동 2위를 1타 차로 따돌렸다.
합계 18언더파 공동 선두로 맞은 마지막 18번홀(파4)이 압권이었다. 페어웨이우드 샷으로 페어웨이를 잘 지킨 배상문은 핀까지 약 100m의 짧은 거리를 남겨뒀지만 그린이 높은 언덕 위에 있어 홀이 보이지 않고 거리 계산이 쉽지 않은 상황. 두 번째 샷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는 신중하게 웨지 샷을 날렸고 그린 주변 관중의 함성이 울려 퍼지자 얼굴에서 미소가 번졌다. 백스핀을 먹인 볼은 정확한 거리의 홀 왼쪽 2m 남짓한 곳에 멈춰 섰다. 이 어프로치 샷은 현지 중계 방송사가 선정한 ‘오늘의 샷’으로 뽑혔다. 배상문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만만찮은 퍼트를 홀에 떨궈 연장전 없이 짜릿하게 우승을 결정지었다.
상금은 PGA 정규 투어 대회의 5분의1도 안 되는 18만달러(약 2억원)이지만 천금의 가치를 가진 우승이었다. 2018-2019시즌 PGA 투어에서 안정적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과 일본 투어 상금왕을 차지하고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져 PGA 투어에서 통산 2승을 거둔 배상문은 지난해 8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PGA 투어로부터 전역 후 25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시드를 보장받은 그는 경기력이 빠르게 돌아오지 않아 2017-2018시즌에 출전한 17개 대회에서 페덱스컵 랭킹 125위 이내에 들지 못했다. 추가로 자격을 얻지 못하면 2018-2019시즌에 나머지 8개 대회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이번 대회 우승으로 다음 시즌 정규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웹닷컴 투어는 시즌 상금 랭킹 상위 25명에게 다음 시즌 PGA 투어의 출전 자격을 주고 파이널 시리즈 4개 대회의 성적으로 상위 25명에게 역시 다음 시즌 정규 투어 출전 자격을 부여한다. 파이널 시리즈에는 웹닷컴 투어 상위 75명과 정규 투어 페덱스컵 126~200위 선수들이 참가한다. 이날 우승으로 파이널 시리즈 상금 랭킹 1위(21만8,156달러)에 오른 배상문은 최종 4차전 결과와 관계없이 파이널 25위 이내에 드는 것이 확정됐다. 웹닷컴 투어 시즌 상금 1위를 차지해 이미 정규 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임성재(19)는 이날 공동 43위로 마쳤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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