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인천 강화군 석모도 해안에서 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군인용 겨울 솜옷 주머니에서는 ‘고성철’이라는 이름이 적힌 임시증명서가 발견됐다. 1988년 10월 20일생, 주소는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 21-1반으로 기재돼 있었다. 북한 주민이 확실해 보이는 이 시신은 오는 8월 5일 판문점에서 북측에 인도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남측과의 연락 수단인 남북통신선을 끊어둔 북측이 실제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남북통신선이 단절된 상황에서 대북통신문 발송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대북통지 내용을 통보한다”며 “우리측은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차원에서 사체 및 유류품을 8월 5일 15시에 판문점을 통해 인도할 예정이니 북측은 남북통신선을 통해 신속히 입장을 알려달라”고 밝혔다.
만일 북측이 8월 5일 15시까지 응답을 하지 않을 경우 국무총리 훈령인 ‘북한주민사체 처리 지침’에 따라 무연고자로 화장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측은 유엔군사령관의 대북 연락망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북측에 사체 인도 통지를 전달했으나, 북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언론을 통해 ‘최종 통보’를 한 셈이다. 남북통신선은 지난 2023년 4월 북한의 단절 조치에 따라 2년 넘게 끊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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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의 시신이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15년 간 총 29번에 달했다. 이 중 23번은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시신을 인수했다. 마지막 인수 사례는 지난 2019년 11월이다. 나머지 6번은 인수하지 않았다. 2017년에 2차례, 2019년과 2022년 각각 1차례, 2023년 2차례에 걸쳐 북측이 시신 인수에 나서지 않아 결국 무연고자로 화장됐다. 북한이 시신을 인수하지 않았던 시기를 보면 모두 남북관계가 악화돼 있던 시점과 겹친다.
고성철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의 사망 경위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과거 국내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 시신의 경우 신분증을 지닌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이번 사례는 신분증으로 북한 주민임을 빠르게 확인했다. 신분증이 없어도 북한에서 사용하는 휘장을 착용하고 있거나 성인인데도 치과 치료의 흔적이 없는 등 다양한 근거로 판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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