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 10년간 공을 들여온 인재육성 프로젝트 ‘천인계획(Thousand Talents program)’이 중국 매체에서 금기어가 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중국 정부가 국영매체들에 천인계획 언급 금지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7월까지 관영 신화통신에 정기적으로 등장했던 천인계획 보도는 지난달부터 자취를 감춘 상태다.
천인계획은 과학·발명·기업경영 등 각 분야에서 국제적인 고급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2008년에 도입한 인재개발 프로그램이다. 55세 이하 인재를 선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 연구개발(R&D) 기관 및 대기업에서 활약할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건국 100주년인 오는 204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강대국에 오르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미 하원군사위원회(HASC)에 따르면 천인계획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받는 인력은 2,629명으로 44%가 의학·생명과학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있으며 산업기술(22%)과 컴퓨터과학(8%), 항공우주(6%) 등이 뒤를 이었다.
■야심찬 프로그램 ‘쉬쉬’하는 이유는
美서 산업스파이 양성소 의심받아
무역갈등 격화속 관계개선 의지도
중국 정부가 천인계획을 대외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도록 현지 언론 단속에 나선 것은 이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산업스파이양성소’라는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8월 미 연방수사국(FBI)이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핵심기술을 빼돌리려 한 혐의로 체포한 정샤오칭(56)은 천인계획 프로그램 참가자 출신으로 드러났다. 2008년 GE에 입사해 증기터빈 사업에 참여했던 그는 2012년 천인계획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을 받은 뒤 중국에 터빈 기술 회사 2곳을 차렸다. 블룸버그는 미 사법당국이 그 외에도 천인계획 출신으로 산업스파이 노릇을 하던 중국인을 최소 2명 붙잡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의 첨단기술 절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무역갈등이 격화하면서 최근 들어 중국 뉴스에서 천인계획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독립연구기관인 중국세계화센터의 왕휘야오 설립자는 “얌전한 모습을 보여야 중국의 국제관계에 도움이 된다. 그래야 중국이 미국을 제치려는 야욕을 가졌다는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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