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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진짜 사람같죠?

한영욱·캐롤 퓨어맨 '후아유, 리얼리' 展

극사실주의 한미 작가 2인

알루미늄 판넬 활용·조각 통해

그을린 피부·땀방울까지 표현

관객에 '실재란 무엇인가' 질문

한영욱 ‘얼굴’ /사진제공=박영덕화랑




진심 담긴 눈망울에 그만 양 볼을 쓰다듬을 뻔했다. 이마와 팔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은 손 내밀어 닦아주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이내 알루미늄판에 새긴 얼굴이며, 레진으로 제작된 딱딱한 물방울임을 깨닫게 된다. 사진보다 더 생생한 묘사로 진짜인 듯 착각을 일으키는 한영욱(55)의 ‘얼굴’과 극사실주의 조각으로 수영하는 여성을 제작하는 미국 작가 캐롤 A.퓨어맨(73)의 ‘생생하게 전달되는 물놀이의 추억’이다.

캐롤 A.퓨어맨 ‘생생하게 전달되는 물놀이의 추억’ /사진제공=박영덕화랑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박영덕화랑의 기획전 ‘후아유, 리얼리?(Who Are You,Really?)’에서 두 작가가 만났다.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듯 한영욱과 캐롤 퓨어맨의 공통분모는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극사실주의 경향이다.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으로 부상한 극사실주의는 일상적 소재를 실감나게 묘사하는 게 특징이지만, 그 목표는 제아무리 사실적인 묘사도 결국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데 있다. 박영덕 대표는 “이들 작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관객들에게 ‘실재’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고 소개했다.

한영욱은 알루미늄 판넬에 유화를 그린 후 바늘로 섬세하게 긁어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화가다. 그의 작품은 사실적인 표현력도 탁월하지만 회화이면서도 파내고 긁어낸 조각의 성격까지 갖고 있다. 그의 작품 속 인물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대형 화면에 크고 깊이 있게 표현된 얼굴을 통해 관객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근본적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가 중점을 두는 것은 인물의 ‘눈빛’으로, 말로 드러내지 못하는 내면세계를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한영욱과 캐롤 퓨어맨의 2인전 ‘후아유,리얼리?’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박영덕화랑


퓨어맨은 미국 극사실주의 조각의 선구적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수영하는 모습을 소재로 햇볕에 그을린 건강한 피부, 얼굴에 맺힌 물방울, 수영 후 살짝 조는 노곤함과 기분 좋은 미소를 즐겨 만든다. 여성작가인 그가 수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는 도전과 열정, 끈기와 평화. 관람객과의 소통이 작품을 완성시킨다고 믿는 퓨어맨은 사실적인 형상을 통해 보는 이의 감정을 움직이고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친근함을 주는 작품이라 공공미술로 인기가 많다. 전시는 4일 공식 개막해 19일까지 열린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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