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은 등에 따르면 금융업계는 지난 7월과 8월 총재 추천 몫인 이일형 금통위원이 소수의견으로 현재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올리자고 밝힌 데 대해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켰다”고 해석하고 있다. 과거에도 금통위 소수의견이 나온 뒤 한 두 달 내 다수의견으로 바뀐 만큼 금통위가 늦어도 10월에는 금리를 올린다는 신호를 줬다는 것이다.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봐도 이 위원 외에 최소 두 명이 금융안정 문제를 거론하는 등 ‘매파’ 성향을 보였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도 압박요소다. 특히 내년에도 인상속도를 유지한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한국 경제는 직간접적으로 부담이 커진다. 부동산시장도 인상요소다. 한은은 이달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을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경기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한차례 낮췄고 10월 금통위에서 2.8%로 또다시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성장률을 2.7%로 떨어뜨렸다. 취업자 증가 폭은 9월에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 외적 요소로는 이 총리의 금리인상 관련 발언도 있다. 금리인상 신호를 이미 보냈는데 이 총리가 ‘금리’를 언급하는 바람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한은이 가장 민감해하는 것이 ‘독립성’ 논란”이라며 “이 총리가 금리를 언급한 이후 처음 열리는 금통위(10월)에서 바로 금리를 올리면 ‘정부 압박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월보다는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다음 달에 금리를 올리면 고용 쇼크도 외면하고 정부 압박에 밀려 금리를 올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깜빡이 켜고 우회전이 늦었다는 비판은 다소 있겠지만 한미 금리격차를 1%포인트 미만으로 유지하며 금리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췄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11월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시장금리는 이미 상승으로 돌아섰다. 잔액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2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이와 연동한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줄줄이 올랐다. 9월 가이드금리 기준 KB국민은행이 4.78%로 가장 높고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4%대 중반인데 연내 심리적 저항선인 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변동금리를 택하고 있는 대출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어 경제의 큰 짐이 될 전망이다./황정원·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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