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84만명이 진료를 받은 알레르기 비염은 알레르기 체질이 있는 사람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항원)로 인해 코점막이 자극을 받아 발생한다. 계절과 무관하게 집먼지진드기, 개·고양이와 같은 동물의 털, 바퀴벌레, 곰팡이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고 꽃가루 등에 의해 일정한 계절에만 발생할 수도 있다. 환자 4명 중 1명이 9세 이하다. 10대 이상에서는 연령대별로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 방치할 경우 천식·축농증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맑은 콧물, 발작성 재채기, 코막힘, 코의 가려움증 중 2가지 이상 증상이 하루 1시간 이상 있으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감기와 달리 열은 없지만 아침 시간대에는 재채기와 콧물, 밤에는 코막힘을 주로 호소하며 때로는 두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코가 막혀 자려고 누워도 쉽게 잠들지 못해 수면장애로 만성피로를 호소하기도 한다. 이는 집중력 저하, 생활 속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는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에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 학습장애를 겪기도 한다.
가벼운 알레르기 비염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한쪽만 코가 막히거나 노랗고 냄새가 나는 콧물, 코안이 아프거나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은 알레르기 비염과는 연관성이 적다. 김수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감기는 발열과 전신 근육통, 인후통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재채기 횟수가 비교적 적다”며 “또 맑은 콧물보다는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며 1주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회복된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별 증상, 알레르기 유발 원인 등에 따라 약물치료, 수술적 치료, 면역치료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삶의 질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민진영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사람마다 증상의 정도가 다르며 증상 완화와 치료를 위해 항히스타민제 복용이나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사용 등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질환의 특성상 수술이나 단기간의 약물치료로 치료가 종료될 수 있는 질환이 아닌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코점막의 만성 염증성 질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3배 정도 천식 발생률이 높으며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지 않아도 천식이 악화할 수 있다. 축농증 환자의 40%에서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된다.
이건희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콧살이 부어 있거나, 코 가운데 뼈가 휘어 있거나, 코에 물혹이 있거나, 축농증이 있는 등 코에 구조적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코의 구조적 교정과 근본적인 알레르기 치료를 병행해야 좋은 치료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영유아는 감기에 걸리면 중이염까지 함께 앓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축농증 환자 가운데 90%가량이 중이염을 앓는다는 보고도 있다.
지난해 중이염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210만명 중 절반 이상이 9세 이하다. 영유아가 앓는 중이염은 대부분 급성이다. 중이염은 세균성 감염질환으로 귀 안쪽 고막에서 달팽이관까지 이르는 중이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지만 주로 세균·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 코와 귀를 연결하는 이관(耳管)의 기능장애가 가장 큰 원인이다.
돌 이전의 영유아는 이관이 짧고 직선으로 돼 있어 성인에 비해 급성 중이염에 더 취약하다. 콧물과 함께 귀로 감염균이 넘어가기 쉽고 중이(中耳)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높다. 감기에 걸리면 이관을 덮고 있는 점막에 염증이 생기고 부으면서 귀 안의 압력이 낮아져 코 등을 통해 균이 쉽게 침입할 수 있다.
중이염의 대표적 증상은 귀의 통증이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의 경우 고열이 있고 귀를 잡아당기거나 자꾸 만진다면 중이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평소보다 더 심하게 울고 보채기도 한다. 잘 먹지 못하고 구토를 하거나 콧물·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김백남 동탄시티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영유아 중이염은 흔한 귓병인데 대부분 감기의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환절기에 면역력이 약해져 더 쉽게 발병할 수 있다”며 “급성 중이염이 진행되면 만성이 되고 증상도 심해지므로 적절한 치료를 통해 진행을 막아야 한다. 증상이 완화됐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돌 이전에 중이염에 걸리면 성장하면서 다시 중이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만성 중이염으로 이어지면 청력에 이상이 오고 언어발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적기에 치료해야 한다.
예방 및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청결이 중요하다. 영유아가 있는 집은 먼지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하면 폐렴은 물론 급성 중이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평소 누워서 수유하면 중이염에 더 쉽게 걸리고 빨리 낫지 않으므로 아기의 상체나 머리 쪽을 약간 들어올려준 상태에서 수유하는 게 좋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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