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8년간 유지해온 기독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다만 그는 총리직은 곧바로 사임하지 않고 이번 임기인 오는 2021년 9월까지만 수행, 차기 총선에는 불출마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후계자가 결정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함으로써 정치적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이번 총리 임기까지만 수행하고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독민주당 지도부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차기 총선에서 기민당 의원으로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대연정의 붕괴로 조기총선이 실시될 경우에도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또 12월 열리는 기민당 전당대회에서도 당 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여름휴가 때 당 대표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당에서 민주적으로 결정된 대표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차기 당 대표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이번 결정으로 기민당이 성공적인 미래를 준비하고 대연정이 좋은 정치를 위해 더 노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메르켈 총리는 이번 임기를 마친 후 어떤 정치적 지위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정계 은퇴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앞서 현지 언론은 지도부 회의가 끝난 직후 기민당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메르켈 총리가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고 다음 총선에 불출마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00년 4월부터 기민당 대표직을 맡았고 2005년 총선 승리를 이끌어 총리직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도 승리하며 연이어 네 번째 총리직을 맡고 있다. 이번 총리 임기를 무사히 마칠 경우 16년간 재임하게 돼 한때 정치적 스승이었던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독일 최장수 총리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메르켈 총리의 이런 결정은 14일 바이에른주 선거에 이어 전날 헤센주 선거에서 대연정 정당이 저조한 성적표를 거두며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메르켈 총리의 이번 결정이 독일 정치의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메르켈 총리의 전격적인 사임에 따라 기민당 내부에서는 ‘포스트 메르켈’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당 사무총장과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은 이미 대표직 출마 의사를 나타낸 상황이다. 크람프카렌바워 사무총장은 메르켈 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후반부터 크람프카렌바워 사무총장을 후계자로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해오기도 했다. 한때 메르켈 총리의 경쟁자로 2000∼2002년 기민당 원내대표를 지낸 프리드리히 메르츠도 대표직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율리아 클뢰크너 식품농업부 장관과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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