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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위기의 전조, 우연의 일치인가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경제지표 악화에 금융 불안한데

과거 '위기 부정' 직후 환란 맞아

지금도 20년 전과 다를 바 없어





요즘 한국 경제가 위기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한 질문에 대해 답하기 전에 먼저 경제위기라고 한다면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인가를 물어본다. 지금 상황보다 조금이라도 악화하는 경우를 위기로 보는 사람들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나 1998년의 외환위기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앞으로의 한국 경제는 위기가 맞다. 투자와 소비의 선행지표들이 일제히, 그리고 강력하게 내수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호조를 보이는 수출도 세계 경제의 경기 사이클 하강 압력과 무역분쟁의 여파를 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외수와 내수 모두에서 경기전환의 모멘텀이 없다면 2019년의 경제 상황은 지금보다 분명히 더 악화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그러한 의미를 경제위기로 보는 사람들한테는 한국 경제는 위기라고 말한다.

반면 후자의 경우처럼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성장률이 0%대나 마이너스가 나오는 상황을 위기라고 정의한다면 한국 경제는 위기가 아니라고 대답한다. 주요 국내외 기관들이 보는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비록 올해보다는 다소 떨어지겠으나 대체로 2%대 중반 정도의 컨센서스가 존재한다. 그 정도의 성장률 수준을 가지고 경제위기를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 정도의 성장률이 나오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가 크게 휘청거려야 한다. 그러한 가능성이 중국 시장에서 싹트고는 있다. 바로 차이나 리스크인데 미중 간의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위기가 전염되는 시나리오다. 최근 우리 주식시장이 중국 주식시장과 동조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그렇게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도록 중국 정부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경기부양책을 쓸 수도 있고 정말 버티지 못하겠으면 미국에 항복하고 경색된 미중 간 무역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것이다.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 정부라면 말이다. 그래서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아직은 단언하기 이르다. 여기까지가 필자가 객관적 시각으로 말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그러나 주관적 경험을 가지고 대답한다면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높게 봅니다”라고 말하겠다. 필자는 외환위기 당시 금융회사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많은 금융회사와 우리 주력 기업들이 부도가 났고 하루아침에 수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잃어버렸다. 필자도 그렇게 됐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있기 직전의 경제상황이 지금의 모습과 너무도 닮은 점이 많다. 1995년 정도를 기점으로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에서 무엇인가 삐거덕거리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국내적으로는 갑자기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급감했다. 그래도 우리 수출은 잘됐다. 1995년 명목 수출증가율이 30%나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 높은 수출증가율이 반도체 호황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이미 다른 주력제품들은 경쟁력을 잃어 수출 경기가 꺾이고 있던 것이다. 금융시장을 보면 필자는 대략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에서 200포인트대로 수직 낙하하는 기간에 금융회사에 있었다. 당시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언저리에 있던 무렵 시장의 분위기를 보면 주가지수가 2,000, 3,000포인트 갈 것이라는 리포트가 심심치 않게 나왔고 증권사 객장은 앉을 자리가 없었고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진리가 됐다. 그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이유를 몰랐고 다들 일시적인 조정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외국인들은 이미 보유주식을 팔고 있었다. 당시에도 정부의 증시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이것을 데자뷔라고 하던가. 그런데 정말 두려운 데자뷔가 있다. 그것은 당시 우리 정부가 경제지표가 나빠지고 금융시장이 불안한데도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1997년 11월21일 오후10시께 당시 경제부총리가 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긴급기자회견을 필자는 TV로 지켜보고 있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에서 답을 한다면 20년 전의 경제위기가 또 한 번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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