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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우리 경제의 3가지 위험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한국경제학회장

국내기업 95% '생산성 정체' 빠져

장기실업 속 경제활동참가율 저조

과다한 가계부채에 내수침체까지

단순 경기부양책만으론 수습 한계

긴 안목으로 일관된 정책 추진을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은 세계교역량 증가율을 지난해 5.2%에서 금년 4.2%, 그리고 내년 4.0%로 낮췄다. 이 수치는 7월 수정전망(4.8%, 4.5%)보다 낮고 4월 전망(5.1%, 4.7%)보다 더 낮다. 통상 IMF 전망이 당초 전망보다 낮춰온 경향을 생각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세계교역량 증가율이 세계 국내총생산(GDP)보다 낮을 때 예외 없이 2%대 성장을 면하지 못했다.

당시 IMF에 따르면 세계교역량의 위축은 우선 글로벌경제의 침체로 투자가 부진한 데 따른 결과지만 보호주의 대두와 함께 중국의 기술발전이 글로벌공급사슬을 상당 부분 대체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중미 무역분쟁이 자칫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경제성장은 단순히 수출보다 무엇을 수출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잇따른 실증연구결과는 생산성을 곧 성장동력으로 보는 성장이론과 인식을 공유한다. 부가가치가 큰 수출은 생산성이 높은 경제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공하는 회원국 총요소생산성(기술진보의 대리변수로 사용된다) 증가율 데이터는 우리 경제가 당면한 저성장이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이 생산성 증가율의 5년 이동평균값이 대침체기에 들어와 마치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듯이 낙하해 지난 2016년 일본의 이동평균값 아래로 내려앉았다. 같은 시간대에서 생산성 증가율이 평균으로 회귀, 대체로 안정적인 패턴을 보이는 선진국의 일반적인 모습과 대조적이다.

현재 생산성 정체는 학계의 중요한 관심사다. 2만5,000개가 넘는 기업데이터를 이용해 생산성을 분석한 한국은행 연구보고서는 상위 5% 선도기업과 나머지 후행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크게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 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요소생산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95% 기업의 생산성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은 또 다른 위험요인이다. 고령화는 자연스럽게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인다. 가장(家長)이 퇴직하면 여력이 있는 식구가 일을 찾아 나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OECD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활동참가율(15-64세)은 1990년 70%를 넘어서 2017년 77.5%를 기록했으나 같은 해 우리나라는 69.2%에 그쳐 OECD 전체(72.1%)보다도 낮다.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은 무엇보다도 여성의 참가율이 낮은 데 가장 큰 요인이 있다. 또 다른 걱정은 금년 들어 장기실업자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실직한 후 실업기간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재취업 가능성은 줄어들고 결국 실망실업자로 남아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수요측면에서 우리 경제가 10년 넘게 앓아온 질병이다. 가계의 신용접근성은 경제성장의 한 축인 금융발전의 중요한 척도이기는 하나 가계부채→경제성장의 정(+)의 인과관계가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IMF는 GDP 대비 가계부채가 임계치(65%)를 초과할 때 오히려 성장을 잠식하는 부(-)의 인과관계가 일어난다고 경고했다. 부채가 과다할 때 가계는 부채상환을 위해 소비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목한 가계부채가 임계치를 넘어서 빠르게 증가하는 10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고 더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는 노르웨이뿐이었다.

더욱이 가계부채를 주도하는 주택담보대출에 금융회사가 소구권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과다한 가계부채는 금융부실보다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GDP 대비 소비 비율이 낮고 하락추세를 보이는 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2002년 55.5%, 2017년 48.1%)가 유일하다.

지금 안팎으로 비우호적인 여건에 처한 우리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만약 정부가 단순히 경기부양책만 동원한다면 미봉일 뿐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세 위험을 제어할 일관성 있는 정책이 병행될 때 비록 당장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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