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백자 병 위로 국화꽃이 피었다. 붉은 광물안료인 진사를 사용해 매화와 국화를 표현한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병이다. 병 위쪽 입 가장자리는 밖으로 뻗었고 목은 길쭉하고 몸체는 풍만해 여유롭다. 병의 목과 어깨·몸통 부분에 두 줄로 띠를 둘렀다. 목과 어깨 사이에는 파초 이파리를 그렸고 그 아래 어깨와 몸통 사이에는 옆으로 길게 국화 문양을 그렸다. 병을 돌려 뒤를 보면 매화 핀 꽃가지가 그려졌는데 국화보다 조금 더 붉은 맛이 있다. 유약은 빙렬(氷裂)이 없는 투명한 청백자유로 약간 푸른빛을 띠고 있다. 굽다리가 높고 두꺼워 더 당당한 인상을 풍긴다. 병을 들어 굽 안 바닥을 보면 유약을 칠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12세기 후반에 진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고 조선 초 도자기에서 붉은색을 내기 위해 쓰였다는 사실도 기록으로 전하지만 실제 유물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본격적으로 진사가 국내 도자기에 사용된 것은 조선 후기였고 널리 퍼졌다. 중국의 경우 원나라 때부터 백자에 진사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명나라 때 다채롭게 발전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고려 말 혹은 조선 초기에 중국에서 제작돼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21.4㎝, 입지름 4.9㎝, 밑지름 7.2㎝이며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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