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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성장과실, 대기업에 집중"...기업심리 더 움츠러드나

■공정경제전략회의

文대통령, CEO·경제단체장에

"상생 부족해 경쟁력 약화" 옥좨

협력이익공유제 입법화 촉구도

재계선 "규제완화가 먼저인데..."

정부, 편의점 과밀출점 해소

하도급 갑질 차단책 마련 나서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COEX 내에 위치한 별마당 도서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표를 들은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우리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공정’을 잃었다”며 “함께 이룬 결과물이 대기업집단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첫번째 공정경제 전략회의를 열고 한 말이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맞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가뜩이나 바닥난 기업 심리가 더 움츠러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경제가 무너졌다”며 “성장할수록 불평등이 심화됐고 기업은 스스로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상생협력을 대기업의 시혜적 조치로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협력은 협력업체의 혁신성을 높여 대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4개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등 대기업 CEO 16명, 경제단체장 6명 등 재계 주요인사가 총출동한 자리여서 파장이 컸다.

문 대통령은 재계의 반발이 거센 협력이익공유제의 입법화도 촉구했다. 당정이 이를 추진해왔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협력이익공유제 등 공정경제 법안 13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공정경제 법안 개정에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므로 국회와 정부가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관련 법안을 일일이 열거하며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기업들이 활동을 억압한다는 의문을 가질까 두렵다”며 “공정경제도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상생을 발휘하거나 혁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물론 박용만 회장 말씀대로 기업의 자발적인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대기업에서 그런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물론 정부가 시장의 불공정한 관행이 있으면 ‘심판’으로서 바로잡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나치다는 반응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업협력공유제다. 대기업이 이익을 협력업체에 공유하면 세금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대기업에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되면 정부에서 분명 실적을 내라고 할 테고 이는 기업에는 큰 압박”이라며 “사실상 강제하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업을 둘러싼 분위기가 나쁜 가운데 기업을 옥죄는 정책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도 문제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공정경제 기반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그간 제도가 상당 부분 개선됐는데 또다시 드라이브를 거는 것 같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입장을 전해 듣고 나니 걱정부터 앞선다”며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수준을 선진국들 수준에 적정하게 맞춰줬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한 공정경제 국정과제를 추진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과밀 출점으로 인한 애로가 큰 편의점 분야에서 개점과 운영, 폐점까지 모든 단계에 걸친 종합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정 거리 내에는 동일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편의점 개점을 일부 제한하는 형태의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부당한 영업지역을 침해하는 경우 공정위가 개입하거나, 영업 부진 점포에 대해서는 위약금을 감경하거나 면제해주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협력사 간에 벌어지는 하도급 분야 갑질에 대해서도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계약 이행 단계에서 부당하게 납품 단가를 인하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근본적 대책을 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경제가 추상적 슬로건이 아닌, 일터와 생활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태규·김우보·세종=한재영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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