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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빛 발하는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 전술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북한의 '최상층 통일전선' 성공

남북공조에 군·안보기관 무력화

북이 의도한 통일에 끌려갈 위기





최근 대낮에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북한 추종 단체들이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 환영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을 선포하고 김정은을 연호하며 찬양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를 단속해야 할 경찰·검찰 등 사법 당국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국내 모 대학에서 인공기를 게양하자 당시 대검찰청에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인공기 게양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사법처리하겠다며 자제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당시 김정일은 이를 문제 삼아 김 전 대통령에게 그만 서울로 돌아가라고 역정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

위의 두 장면은 남북 관계 변화에 대응하는 안보수사 당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실정법인 국가보안법이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이를 위배하는 행위에 대해 수사해야 할 경찰·검찰·국가정보원 등이 손을 놓고 있는 행위는 명백한 특수 직무유기이며 이들 기관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2018년 전개된 일련의 남북 관계와 안보수사 당국을 보면서 북한의 통일전선 공작이 초고속으로 빛을 발하고 있음을 느낀다. 통일전선이란 공산혁명의 주적을 타도하는 데 공산세력의 힘만 가지고 불가능할 때 비공산세력을 포함해 필요한 동조세력을 획득하고 그들과 일시적인 동맹체를 형성해 투쟁하는 전술이다. 특히 주적 타도라는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제휴했던 비공산세력을 모두 고립화시켜 제거하는 것이 통일전선의 악랄함이다. 이른바 토사구팽(兎死狗烹)의 공산혁명판이다.

통일전선은 1921년 개최된 제3차 코민테른(국제공산당)대회에서 공식 채택됐고 1935년 제7차 코민테른대회에서 ‘디미트로프 테제(반파쇼인민전선)’로 발전된 이래 대표적인 공산혁명 전술로 활용돼왔다. 특히 김일성은 이른바 남조선혁명이 세계 최강의 미국을 상대로 하는 혁명이므로 반미구국전선 등 전 민족적 통일전선을 형성해 전략적 차원에서 전개하라고 지시해 북한에서는 통일전선을 전략으로 간주할 정도로 남한혁명 과정에서 중시하고 있다.



현재 김정은이 구사하고 있는 통일전선의 양태를 보면 문재인 정부와 최상층 통일전선에 주력해 결국 북한 의도대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이끌어냈으며 크게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하층 통일전선을 기반으로 해 상층 통일전선을 전개하라는 통일전선 원칙에 비춰보면 이미 1990년대 우리 사회 내부에 집중적으로 형성된 하층 통일전선과 중간층 통일전선의 성과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른바 친북세력이 우리 내부에 성공적으로 구축된 것이다.

북한은 남북 당국자회담도 대남전략 관점에서 통일전선 중 상층 통일전선으로 간주한다. 북한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및 부속 군사 분야 합의서를 최상층 통일전선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함은 당연한 것이다. 일련의 남북 관계가 겉으로는 순조롭고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하는 양 보이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이 하자는 대로 따라준 결과다. 남북 합의를 멋대로 무시하는 북한의 일방적 행태에 제대로 항의도 못 하고 수용하는데 북한이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핵심참모들의 과거 행적을 볼 때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평화를 지켜낼 물리력인 군과 안보수사기관들이 북한의 전술적 남북공조 앞에 무력화되고 있어 결국 안보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최상층 통일전선의 성공은 결국 안보수사 당국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이 북한에 우호적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정책을 수립하고 따르게 한다.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에 대해 외면하는 경찰·검찰·국정원의 행태가 한 사례다. 북한 통일전선의 영향력이 대한민국 안보수사 당국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자기 시대에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 공작이 하층-중간층-상층(최상층 포함)에 결쳐 완성되는 쾌거(?)를 이뤘다고 평가할 것이다. 6·25 남침전쟁 실패 이후 김일성의 평생소원이었던 조국통일(적화통일) 위업 달성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 눈앞에 어른거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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