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에서 ‘40대 만세’가 울려 퍼졌다. 20, 30대의 무대가 된 미국과 유럽 남자 프로골프에서 모처럼 아저씨들이 어깨를 폈다. 맷 쿠처(40·미국)와 리 웨스트우드(45·잉글랜드)가 그들이다. 지난달 미국-유럽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각각 부단장을 맡았던 이들은 같은 날 나란히 4년 만에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12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아코바 클래식(총상금 720만달러). 쿠처는 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날 멕시코 킨타나오로주 플라야 델 카르멘의 엘 카말레온GC(파716,987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쿠처는 2타를 줄여 최종합계 22언더파 262타로 정상에 올랐다.
쿠처는 2017-2018시즌 고전했다. 톱5에 단 한 차례 입상하는 데 그치면서 15위로 시작했던 세계랭킹이 이번 대회 전 40위로 밀렸었다. 하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쿠처는 첫날부터 내리 선두 자리를 지킨 끝에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마흔 잔치’를 장식했다. 지난 2014년 RBC 헤리티지 제패 이후 4년 만의 통산 8승째.
우승이 쉽지는 않았다. 단독 선두로 출발한 쿠처는 11번(파4)과 13번홀(파5) 버디를 잡으며 순항했다. 이후 퍼트가 흔들리며 14번(파4)과 15번홀(3) 연속 보디로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28)에 1타 차로 쫓겼지만 남은 3개 홀을 파로 마무리해 129만6,000달러(약 14억7,000만원)의 우승상금을 챙겼다. 쿠처는 “올해는 기대에 훨씬 못 미쳤고 지난주 슈라이너스아동병원 오픈에서는 60등을 했는데 이번주에는 모든 샷이 잘 됐다. 그래서 골프가 재미있는 게임”이라며 기뻐했다. 내년 초 하와이에서 열리는 투어 대회 우승자들만의 대회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출전하게 된 그는 멕시코와 하와이의 인사말을 빗대 “오늘 우승으로 ‘올라’에서 ‘알로하’로 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웨스트우드의 우승은 더욱 극적이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시티의 게리플레이어CC(파72·7,817야드)에서 열린 유럽 투어 네드뱅크 챌린지(총상금 750만달러)에서 15언더파 273타를 기록,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12언더파)를 3타 차로 제쳤다.
웨스트우드는 통산 24승을 쌓으며 유럽 투어 강자로 군림했던 선수다. 하지만 2015년 4월 아시아 투어 대회인 인도네시아 마스터스 이후 3년7개월간 우승이 없었다. 미국과 유럽 투어로만 좁히면 2014년 4월 말레이시아 오픈 이후 4년7개월 만의 우승이다. 2010년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던 그는 125위까지 추락했고 올해에는 2004년 이후 개근했던 마스터스에도 못 나갔다. 2017-2018시즌 PGA 투어 대회에 US 오픈과 브리티시 오픈, 휴스턴 오픈 등 3개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5년에는 두 자녀를 뒀던 아내와 이혼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교제 중인 여성 헬렌 스토리와 캐디로 호흡을 맞춘 웨스트우드는 “다시 우승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너무나 감격스럽다”면서 “다시 좋은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멋진 버디로 우승에 쐐기를 박은 17번홀(파4) 7번 아이언 샷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우승상금은 109만5,338유로(약 14억원).
올해 ‘40대 부활’은 필 미컬슨(48)과 타이거 우즈(43·이상)에서 촉발됐다. 미컬슨은 3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4년8개월 만에 통산 43승째를 기록했다. 이어 ‘황제’ 우즈가 9월 투어 챔피언십에서 5년1개월 만에 80승을 채웠다. 미국 골프채널은 “미컬슨과 우즈, 쿠처와 웨스트우드는 40대의 기름탱크에 여전히 충분한 연료가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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