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ndustry)+다시(Re)’란 이름은 공업지대를 되살리고 그 자체로 또 다른 산업이 돼야 함을 표현한다.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시대가 지나 낙후한 산업단지를 문화단지로 탈바꿈하는 방식도 이미 뻔한 수법이 되어버렸다. 성공 사례로 곧바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는 구겐하임 정도의 문화 콘텐츠 프로그램이라 성공한 사례다. 거대한 공간에 문화 시설만 집어넣는다고 망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공유, 공존’이란 다소 뜨뜻미지근한 공모 주제를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냉철하게 다룬 작품이 바로 ‘INDUST:RE’다.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건축물 부분 대상을 받은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양우제(5학년)·권순혁(5학년)씨는 가장 현실적이고 시사성 있는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기획 단계였던 올봄, 신문 맨 앞에 등장한 뉴스는 군산 조선소 폐쇄와 한국 GM 철수였다. 군산 산업단지의 몰락과 지역사회의 쇠퇴를 막기 위한 도시·건축적 제안을 해보기로 했다.
물론 시작조차 쉽지 않았다. 군산항의 폐조선소 부지를 사이트로 특정했지만 국토정보플랫폼에는 대략적인 도면만 뿐이라 사기업 공장과 일대 지형의 도면 제작부터 시작했다. 사이트의 스케일은 더 큰 문제였다. 대상 부지는 무려 180만㎡로 거대 도시설계 수준이었다. 학생으로서 어디부터 손 데야 할지 모를 규모이기도 하고 기한이 정해진 공모전에는 무리다 싶을 정도였다.
공유와 공존이란 공모 주제와 집중적인 케이스스터디로 실마리를 풀었다. 조선업 몰락으로 인해 ‘말뫼의 눈물’에서 친환경 에너지 도시로 혁신한 스웨덴 말뫼시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조했다. 쇠퇴하는 산업도시를 새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접목하고 도시 요소별 재구성을 통해 재생하고자 했다.
그렇게 찾은 개념이 부제 그대로 ‘군산 조선소부지의 자생적 공유 산업 클러스터 만들기’다. 기존 산업도시는 구획된 부지별로 각 산업체가 교류 없이 버티고 서있었지만 새로운 산업도시 조직은 이 사이사이에 공유 공간을 마련해 각 산업체끼리 협력하게 되면 쉽게 망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착안이다. 친환경 패널 공정을 특정하고 제작 과정의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 원자재를 받는 것부터 가공, 제작, 유통하는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구성했다. 공간을 모여 붙이고 공간 낭비 없이 공동 창고를 이용해 실제 산업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공장 프로세스를 디자인했다.
이를 위해 공장 프로세스 설계도 새로 공부해 도입해야 했다. 4개 부지 중 2개는 가동하고 2개는 새 공정을 적용하도록 리모델링하는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참고했다. 공유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클러스터는 어느 한 산업체가 무너지더라도 주변 산업이 다시 채워져 산업 단지는 지속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도시 설계, 공장 프로세스와 함께 주거 시설, 문화 공간을 삽입하는 건축적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계획건축물이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설계가 심사위원에게 높게 점수를 받았다. 최재원 심사위원은 “산업단지의 변화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산업단지의 지속가능한 자생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규모 단지를 다루면서도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리모델링 방법을 제시하고 각각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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