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와 탄핵 당시에도 당에 남았던 잔류파가 ‘전원책 해촉 사태’로 위기를 맞은 비상대책위원회 흔들기에 돌입했다. 비대위가 추진 중인 ‘인적청산’의 대상인 친박계와 잔류파가 오히려 역공에 나서며 당권 탈환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전원책 변호사가 해임된 후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에 흠집이 나면서 친박계·잔류파를 중심으로 ‘비대위 활동을 일찍 마무리 짓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과 전 변호사를 비롯한 외부인이 아닌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새 지도부에 당 쇄신 작업을 일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정우택·심재철·김진태·유기준·조경태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잔류파 당권주자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우파재건회의모임’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김 의원은 “반성을 해도 우리가 하고 개혁을 해도 우리가 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엄동설한에 우리 당을 지킨 보수 적통파”라 강조하며 “하루빨리 전대를 열어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할 수 있으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1월 중 전대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조기 전대 개최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노무현의 청와대 정책실장,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병준을 비대위원장으로 둔 것부터 잘못됐다”며 “전원책 사태는 한국당의 위상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실추시켰다. 당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김병준 체제를 끝내고 대정부 투쟁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비박계·복당파를 향한 견제구도 날렸다. 정 의원은 “보수의 분열을 일으켰던 분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며 “당이 어려울 때 당을 버리고 뛰쳐나간 분들이 당의 얼굴이 된다고 할 때 과연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친박계·잔류파 중진을 중심으로 당권을 잡고 황교안 전 총리를 영입해 대권까지 잡는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황 전 총리는 해당 모임에 ‘당의 외곽에서 우파 재건과 통합에 뜻을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한편 당 일각에서는 계파와 관계없이 ‘반문(反文)’을 연결고리 삼아 친박과 비박이 연대한다는 ‘빅텐트론’도 힘을 얻고 있다. 친박·비박은 물론이고 바른미래당 인사들까지 아우르는 ‘우파 결집’을 이뤄내 현 정권에 대항하는 대안세력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박계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열린토론 미래’ 세미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계선을 넘어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임을 할 때가 됐는데 그걸 한 번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도 “반문연대를 기치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빅텐트 구상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부 의견을 조율 중”이라며 ‘빅텐트론’에 힘을 실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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