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소화기관인 장(腸)에서 뇌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는 박테리아가 처음 발견됐다.
로잘린다 로버츠 미국 버밍햄 앨라배마 대학(UAB) 신경해부학 교수 연구팀이 사망자 34명의 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뇌의 여러 부위에서 간상(rod-shaped) 박테리아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로버츠 교수는 그는 최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 신경과학학회 연례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 박테리아들이 장으로부터 혈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을 통해 뇌로 들어와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망자들의 뇌 해부를 통해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와 정상인 사람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분석하는 과정에서 박테리아를 뜻하지 않게 발견했다.
원래 뇌는 혈뇌장벽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는데 만약 이 박테리아가 장으로부터 이동해 혈뇌장벽을 뚫고 들어왔다면, 이것이 뇌에 염증을 일으켜 뇌 질환을 유발했을 수 있다. 뇌의 검문소 역할을 담당하는 혈뇌장벽은 특정 혈관 벽에 특수 세포와 특수 물질들이 밀집해 있어 마치 ‘지퍼’(zipper)처럼 단단하게 조여진 곳으로 중요한 영양소만 선별해 뇌로 들여보내고 해로운 물질은 차단하면서 뇌의 노폐물을 내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혈뇌장벽의 이러한 기능으로 인해 뇌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물도 함께 차단되기 때문에 뇌에 약물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편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집단(microbiome)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기분과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뇌의 특정 단백질 분비를 조절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결과들은 밝히고 있다.
로버츠 박사는 처음엔 현미경 슬라이드에 나타난 막대 모양의 샘플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해부한 뇌 모두에서 발견되면서 세균전문가에 샘플을 보낸 결과 박테리아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박테리아들은 뇌 전체에 퍼져 있었는데, 이것들이 어떻게 뇌로 들어갔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혈뇌장벽을 뚫고 두개골 안쪽의 신경섬유로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서 박테리아가 발견됐다는 그동안의 연구결과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부한 뇌는 모두 사망한 사람의 것인만큼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음을 그는 인정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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