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혜경궁 김씨’라는 닉네임이 붙은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지목하면서 이 지사의 ‘대권가도’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법원 판결 등을 통해 혜경궁 김씨의 사용자가 이 지사의 부인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안희정 전 충청남도 도지사와 마찬가지로 대권가도를 밟기 위한 출사표도 던지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도덕성 등을 문제 삼는 야권의 공격과 ‘우리를 속였다’는 국민적 분노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의 거센 공격에도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지사 지지층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재명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의혹도 제기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혔던 이 지사의 입지가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 지사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월29일부터 11월2일까지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16.0%)에 이어 2위(9.5%)를 차지했다. 응답자를 범여권·무당층으로 좁혀도 이 지사는 11.3%로 이 총리(18.9%)에 이어 두 번째였다. 심지어 범여권·무당층 사이에서의 지지율은 전달 대비 4.2%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지지율 상승세는 혜경궁 김씨 사건을 계기로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지사를 지지한 혜경궁 김씨가 한 ‘폐륜 막말’의 대상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었던 탓에 이 지사가 속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공분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혜경궁 김씨는 부인이 아니다”는 이 지사의 발언이 거짓으로 판명되면 ‘정직성’ 문제도 지지율을 집어삼킬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현재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안 전 지사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 출당 및 제명의 징계절차에 바로 돌입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이 지사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당은 사법부의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간 입장도 내놓고 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법정에서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옳다”면서도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씨라면 이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권은 공세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문 정부의 경찰이 혜경궁 김씨는 이 지사의 부인이라고 기소했다”며 “민주당은 이 지사를 출당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 지사를 보호하면 이 대표도 날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이 지사 지지자들은 청와대 개입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친문 실세가 문 대통령의 경선 경쟁자였던 이 지사를 제거하려 한다는 것이다./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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