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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계 8위 보험강국' 스스로 깎아내린 당국

■박진용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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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시기를 1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금융당국이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 시기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FRS17에 근거한 외부감사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킥스만 먼저 도입해 봤자 실익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보험 업계에서는 일단 당국의 이 같은 입장 선회를 반기면서도 한편에서는 IASB 등에 진작 우리나라 보험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유예 처분 등을 주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IASB의 결정 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오는 2021년 IFRS17과 킥스의 동시 도입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금융감독원도 IFRS17 도입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 사전준비를 압박해왔다. 그러나 IFRS17 도입에 따라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 보험이 전체 보험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보험사들은 자본확충 부담을 견딜 수 없다며 시행 연기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실제 킥스 도입을 전제로 국내 보험사의 지급여력(RBC) 비율을 따져보니 재무구조가 가장 우량한 삼성생명도 100% 미만인 것으로 나오면서 업계는 초비상에 걸렸다. 국내법상 보험사들은 RBC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귀를 막고 오로지 ‘예정대로’를 강조했다. 사석에서 만난 한 보험사의 최고경영자(CEO)는 “IFRS17 도입을 놓고 금융위가 너무 국제기구(IASB)의 눈치만 보다 국내 보험 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우를 범했다”며 “전 세계가 자국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데 우리 금융당국은 복지부동으로 눈치만 보다 뒤늦게 1년 유예가 되면서 겸연쩍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는 생명·손해보험 등을 합쳐 보유계약이 2,446조원, 보험사 총자산은 833조원에 달할 정도로 세계 8위의 보험 강국이다. 그런데도 IASB에서 IFRS17 도입이 유예되는 결정이 나오는 동안 금융당국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알려진 것이 없다. 생명보험협회 역시 유예 결정이 알려진 직후 “우리가 유예 결정을 이끌었다”며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이미 수차례 시행계획을 발표한 사안으로 오히려 시행을 연기한다면 국제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국제적인 회계기준 강화도 각 국가의 보험 업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반영되는데 우리 금융당국은 국가 신뢰도 문제라는 원론에만 매몰돼 국내 보험 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00년 만에 닥칠 재난에 대비한 IFRS17은 현실성이 떨어질 정도로 지나치게 기준이 강하다며 유럽 등 선진 보험사만 유리하다는 국내 보험 업계의 지적을 애써 외면했다. 국내 보험 업계가 자본확충 어려움을 호소하면 금융당국이 앞장서 IASB에 강하게 요구해 도입 유예를 먼저 제안하거나 관철했어야 하는데 소극적으로 뒷짐만 지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글로벌 8위의 체급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해온 금융당국은 어떤 변명보다 스스로 반성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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