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조 활동이 편한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사측의 요구인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에 공감대를 보이며 노사정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박 시장의 ‘노총 껴안기’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탄력근로제 시간 확대 반대를 위한 ‘2018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사람은 주최 측 추산 총 3만명(경찰 추산 1만5,000명)으로 지난해 11월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17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 7,000명보다 규모가 크게 늘었다. 10일 전국 노동자대회를 개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당초 예상보다 1만명 많은 7만명의 인파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양대 노총의 세 과시는 정치권의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저항적 성격이 강하다.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기업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유일하게 행사에 참석한 박 시장은 연설에서 “서울시는 노조를 하고 활동하는 것도 편한 시를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전태일 열사의 추모일을 하루 앞두고 서울 지역 대리운전 기사들의 노조 설립 신고를 받아들였다”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이름 아래 노조 할 권리가 없는 노동자들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 할 권리를 찾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한국노총과의 연대 의사도 누차 밝혔다. 그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조합원 여러분들이 내셔널(national) 센터로서 역할을 잘 해주신다고 생각한다”며 “한국노총이 가야 할 어렵고 힘든 길을 서울시가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노총의 전국 노동자대회에는 참석한 정치인이 눈에 띄게 적어 박 시장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은 과거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비례 의원 1명뿐이었다. 사회를 맡은 조기두 한국노총 조직처장이 “(국회의원) 배지만 달면 왜 이렇게 달라지는지 모르겠다”며 “다음 총선 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자대회 한 달 전부터 민주당과 한국당에 참석 요청을 했지만 최근 탄력근로제 확대로 노사정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참석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박 시장이 참석해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친노조 행보에 최근 강성 노조와 거리 두기에 나선 민주당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당정이 지지층인 노동계의 비판을 감수하며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박 시장이 개인플레이에 나서 ‘자기 정치’ 욕심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강성 노조가 정부 노동정책에 반발하며 각을 세우는 상황에 박 시장이 참석 여부를 떠나 그런 발언을 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당과의 협업보다는 자기 정치 욕심만 드러낸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여권의 ‘집토끼’ 중 세력이 큰 노동계를 의식한 다분히 정치적인 행보였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한국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여야정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하기로 합의해 노동시간단축법안 자체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노동존중 정책기조를 거스르는 일체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변재현·송주희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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