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거래소 안팎에서 소탈하기로 유명하다. 부산 본사와 서울 사무소를 자주 오가는 탓이기도 하지만 임원회의를 화상회의시스템으로 하거나 간단한 보고는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받을 정도로 격식도 안 차린다. 조직의 화합을 위한 행사는 토크 콘서트, 직급별·기수별 식사 등으로 최대한 캐주얼하게 진행한다. 직원들이 거래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속내를 듣기 위해서는 최대한 서로의 지위를 잊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조직은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화합을 통한 성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측면에서 격의 없는 소통, 수평적인 대화와 자율적인 조직문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 이사장은 “공무원 시절에는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니까 격의 없이 다녀도 편했지만 CEO가 되고부터는 아무래도 조직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털어놨다.
업무에 대한 고민과 압박감을 줄여주는 곳이 바로 성당이다.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을 가진 그는 “성당에 다녀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고 말한다.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정 이사장은 “물론 한국증권금융 사장, 거래소 이사장이라는 경력에 욕심이 없다고 하면 누가 믿을지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삶의 좌우명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이다. 포기하기보다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추구한다는 이야기다. 정 이사장은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바쁘게 움직이느라 체력 면에서도 힘들기는 하지만 자본시장을 위해 일하는 게 굉장히 보람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커리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미지수지만 60세가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은퇴 후의 삶에 대해서도 종종 고민한다. 지금까지의 ‘버킷리스트’ 최상단에 자리 잡은 계획은 “부인과 함께 전국의 천주교 성지를 돌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천주교의 가르침대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도 밝혔다. 최근에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시간에 틈틈이 노후에 관한 책도 읽었다. 정 이사장은 “승승장구하다 좌천돼 정년퇴직을 맞이한 중년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 소설 ‘끝난 사람’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전했다.
한편 정 이사장은 전·현직 고위 공무원의 양대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골프·등산 둘 다 즐기지 않는 편이다. 골프는 일 때문에 배웠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거의 그만두다시피 했고 등산은 “원래 안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계단 오르기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 부산 본사가 위치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도 50층에서 일부러 내려 61층 집무실까지 오전·오후 한 번씩 걷고는 한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