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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바이오산업]세계최대 CMO인데 수주 안갯속...1,000명 신규고용도 날릴판

■수주차질 현실화하나

세계톱 바이오의약품 CMO기업 불구 외부 요인에 발목

분식 사태 장기화땐 4공장 이어 5공장 증설까지 불투명

바이오 네트워킹 산실 '헬스케어 콘퍼런스' 불참 가능성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수주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지난달 시생산에 돌입한 제3공장은 물론 검토 중인 제4공장 신설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공장 1개 증설당 대략 1,000여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데 이런 기회가 날아갈 우려도 커졌다. 게다가 삼성은 인천시와 현재 제5공장 부지 매입을 위한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바이오 의약품위탁생산(CMO) 기업이라는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개 공장을 합쳐 수주한 바이오의약품 수주계약은 25개사 36종이다. 2011년 4월 창사 이후 누적 수주액은 36억5,500만달러(약 4조1,500억원)로 로슈·BMS·선파마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이 정도로 많은 바이오의약품 수주계약을 체결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바이오 CMO 경쟁력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올 4월에는 미국 생명과학 전문지 라이프사이언스리더스와 시장조사업체 인더스트리스탠더드리서치가 발표한 ‘2018 CMO 리더십 어워드’에서 글로벌 CMO 기업 중 유일하게 6개 항목 전 부문을 2년 연속 수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상을 창립 7년을 맞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고 수준의 CMO 기업으로 올라선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전관왕을 수상했던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올해 품질 항목에만 이름을 올렸고 스위스 론자와 중국 우시는 각각 서비스와 신뢰성 부문에서만 수상 기준을 넘겼다.

하지만 수주 차질이 본격화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과는 상처뿐인 영광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지난해 말 준공한 제3공장이다. 제3공장은 단일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중 최대인 18만ℓ의 생산량을 갖췄지만 오는 2020년 말로 예정된 상업생산에 필요한 물량을 아직 온전히 채우지 못했다. 회사 측이 공식 발표한 제3공장 수주계약은 현재 1건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윤리기준에 유난히 엄격하다는 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향후 수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본질적인 바이오 CMO 경쟁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외부적인 요인이 발목을 잡을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업계가 다른 산업군보다 유독 엄격한 내부 윤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은 계약 체결부터 정식 생산까지 통상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글로벌 제약사가 회사 내부의 윤리기준에 따라 계약체결을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CMO 전문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주 차질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향후 실적에도 타격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이 올해 5,048억원에서 내년 9조3,3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10월부터 시생산에 돌입하는 제3공장의 생산량을 반영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사 이래 자금 확보가 필요할 때마다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했는데 이마저도 가로막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글로벌 1위 바이오 CMO 기업으로 이끈 김태한 사장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별개로 당장 내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 세계 바이오 산업의 트렌드를 제시하는 이 행사는 글로벌 제약사가 총출동하고 현장에서 업무 협력까지 체결되는 경우가 많아 바이오 기업 네트워킹의 산실로 꼽힌다. 김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된 2011년부터 매년 이 행사에 참여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은 투자가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생명인데 현재로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4공장 신설을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첨단 설비와 고급 인력이 필수적인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공장 하나당 1,000명 안팎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된다는 점에서 수주 차질로 인한 기회비용도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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