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빈곤 기간이 길수록 학력수준도 낮아져 6년 이상 장기빈곤 청년 10명 중 7명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 청년은 일용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고 구직 자체를 포기하거나 실업자로 남는 사례도 많았다. 부모의 빈곤이 자녀의 학력과 취업에 악영향을 미쳐 빈곤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05~2016년까지 12년 간 실시한 한국복지패널(1~12차) 조사자료를 활용해 아동 빈곤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분석 결과 2016년 기준 만 18~28세인 청년의 30.6%는 아동기(0~17세)에 가난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렸을 때 중위소득(가처분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정확히 중간에 해당하는 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해당했다는 뜻이다. 6년 이상 ‘장기 빈곤’을 겪은 비율도 3.8%에 달했다. 2~5년은 13.2%, 1년은 13.7%였다.
어렸을 때 빈곤을 겪은 기간이 길수록 학력 수준도 낮아졌다. 6년 이상 장기 빈곤을 겪은 청년의 70.9%는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갖고 있었고 빈곤 기간이 1년인 경우 이 비율은 34.6%로 떨어졌다. 빈곤 경험이 없는 청년은 20.7%만 고졸 이하였다.
이는 직업의 격차로도 이어졌다. 어렸을 때 6년 이상 빈곤을 겪은 청년의 경제활동 상태를 보면 일용직, 비경제활동, 실업자, 임시직, 상용직 순으로 나타났다. 비경제활동인구에는 취업준비생 뿐 아니라 취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도 포함된다.
청년기는 물론 부모 세대의 경제적 수준은 결혼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이 한국복지패널 1~12차 조사 대상 가운데 2005년에 만 18~49세면서 미혼이었던 이들을 추려 결혼·출산 여부를 분석한 결과 실업자의 86.7%, 임시직·일용직의 60.3%가 2016년에도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경우에도 미혼 비중이 48.8%로 상속을 받은 경우(37.1%)에 비해 더 높았다.
김태완 보사연 포용복지연구단장은 “아동 빈곤이 청년을 넘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빈곤 아동에 대한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부모에 의해 아동이 빈곤을 경험하고 결국 빈곤 대물림과 연계될 수 있는 만큼 아동을 가진 부모에 대한 일자리·복지 지원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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