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이라고 하면 1970년대 근면·자조·협동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우리도 잘살아보자’고 외치던 농촌계몽·빈곤퇴치 운동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새마을운동은 생명·평화·공경을 내걸고 새로운 문명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성헌(72)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은 “새마을운동의 본질은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 것으로 국내 빈곤퇴치가 중점이었던 사업방향이 이제 지구 전체를 놓고 우리가 할 일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취임 8개월을 맞은 정 회장을 22일 경기 성남시 새마을운동중앙회 집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정 회장은 가톨릭농민회 부회장과 농협중앙회 이사,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새마을운동 각 지회 회원들의 권유로 회장선거에 출마해 당선돼 지난 3월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정 회장은 “어떤 사람들은 새마을운동을 유신독재의 잔재로 여겨 중요성을 무시하고 어떤 이들은 최고의 봉사단체라며 극찬한다”며 “새마을운동의 본질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 자율적으로 실천 목표를 정하고 활동해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에 나무 심기 계획을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은 북한의 경우가 당장 새마을운동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에 나무 심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북한과는 이미 어느 정도 의논이 돼 내년 나무를 심는 철에 개성이나 평양에 가서 나무를 심을 것”이라며 “북측 파트너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나 민족화해협의회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우리나라가 산림녹화를 할 때 나무를 베지 못하게 규제하고 나무 대신 연탄을 사용하게 했다”며 “북한은 제재 때문에 석탄을 쓸 수는 없으니 취사 등에서 나무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비전력 적정기술을 함께 보급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의 시각은 당장 북한을 돕는 일에 머물러 있지 않다. 장기적으로 황폐해져 가는 지구환경을 살리고 생명공동체를 바탕으로 지구촌의 평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정치적인 한반도 통일보다 중요한 게 죽어가는 동해를 살리기 위해 남북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몇 년 또는 몇십 년 후 남북 간 통일이 됐는데 정작 지구온난화로 이 땅에서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우리 후손들이 잘살 수 있는 바다와 육지를 만드는 등 죽어가는 환경을 살리는 문제를 남북 간에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0년 전 우리는 근면·자조·협동의 깃발을 들고 가난 극복을 위한 운동을 했다”며 “앞으로는 생명살림·평화나눔·공경문화·지구촌공동체 운동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새마을운동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1980년 설립된 새마을운동중앙회는 현재 이북5도를 포함해 18개 시도 지부, 228개 시·군·구 지회를 두고 있다. 회원 수가 207만명을 헤아린다.
/성남=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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