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대표회의) 소속 대표판사인 현직 부장판사가 사법행권 남용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의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낸 법관대표회의를 탄핵하자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23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탄핵을 요구합니다’ 라는 제목으로 “법관들에 대한 탄핵 의결은 다분히 정치적인 행위다. 그런 의결에 이른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탄핵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법관대표회의 수사도 끝나지 않았고, 재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안을 정확한 증거도 보지 않은 채 겨우 두 세 시간 회의를 거쳐 유죄로 평결해 버렸다”며 “이번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이야 말로 우리 헌정사에서 가장 나쁜 사법파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에 탄핵을 요구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도전”이라며 “법원이 나서서 그 권한을 행사하라고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권력분립의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에도 의문을 표했다. 김 부장판사는 “특정학회 출신이 조직을 장악하고, 그 학회 내에서도 중심조직이 의사결정을 이끌어 간다는 의혹은 이제 언론에서는 공지의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며 ”사법부가 특정학회 이너그룹의 전유물이 될 우려는 조금이라도 초래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의 주장이 알려지자 법관대표회의의 ‘법관탄핵 검토 필요’ 의견에 부정적인 일부 판사들은 동조하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대부분은 김 부장판사가 사실을 왜곡해 선동적 발언을 했다는 분위기다.
우선 수사와 재판이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한 탄핵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은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이 완전히 별개 절차라는 점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탄핵심판 실무상 수사자료나 재판기록 등이 심리에 필요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형사재판을 전제로 해야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삼권분립에 위배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관대표회의는 탄핵을 요구하거나 촉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실제 19일 열린 법관대표회의 2차 정기회의에서 대표판사들은 삼권분립 침해 우려가 있다며 결의안에 ‘요구’나 ‘촉구’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법관대표회의가 특정학회 출신이 장악했다는 주장도 사실관계를 제대로 따지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 판사들이 선출한 대표판사들로 구성된 회의체여서, 특정학회 출신이 의도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원 안팎의 중론이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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