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던 두 동갑내기 손흥민(26·토트넘)과 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축구 팬들의 어깨를 다시 한 번 들썩이게 하고 있다. 주축 유럽파가 대거 빠진 최근 원정 평가전에서도 대승을 거뒀던 한국 축구는 간판들의 눈부신 활약 속에 장밋빛 미래를 차곡차곡 다져나가고 있다.
황의조가 일본프로축구 J1리그에서 7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골·도움)에 성공한 데 이어 손흥민은 환상적인 리그 첫 골로 칭찬 릴레이의 중심에 섰다. 한국 축구 에이스 손흥민은 우리가 알던 바로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탁월한 위치 선정과 쉼없는 침투, 50m 드리블에 이은 마무리까지. 축구통계업체 스쿼카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에게 양 팀 최고인 평점 9점을 주며 “올 시즌 최고의 골 후보에 일찌감치 오를 만한 환상적인 골이었다. 센세이셔널했다”고 극찬했다.
이날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홈경기. 상대는 무패 행진 중인 첼시였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리 알리와 함께 2선의 한 축으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2대0이던 후반 9분 ‘원더골’을 터뜨렸다. 델리 알리의 스루패스를 하프라인 부근 오른쪽에서 잡았을 때 수비 진영의 첼시 선수는 4명이나 됐다. 손흥민은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올려 미드필더 조르지뉴를 벗겨 낸 뒤 중앙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마저 가볍게 제치고는 왼발로 반대편 골문을 정확히 겨냥했다. 망연자실한 첼시 선수들을 뒤로하고 손흥민은 왼쪽 가슴의 구단 엠블럼을 가리키며 팬들의 환호를 오롯이 즐겼다. BBC는 “훌륭한 노력으로 눈부신 골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팬들과 동료들을 사랑한다. (아시안게임 등으로) 오랫동안 팀을 떠나있었고 돌아와서는 그동안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는데도 그들은 나를 믿어줬다”며 “그들 덕분에 다시 좋아졌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아시안게임 차출의 조건으로 11월 A매치 일정에 동행하지 않았던 손흥민은 2주간 휴식 뒤 그라운드를 밟았고 한결 가벼운 몸놀림으로 팀 내 최다 슈팅(6개)과 팀 내 최다 유효슈팅(3개)을 기록했다. 후반 득점은 24일 만의 시즌 3호 골이자 정규리그 첫 골이었다. 토트넘 입단 후 50번째 득점(154경기)이면서 유럽 1부리그 99번째 골이기도 했다. 손흥민은 후반 33분 에릭 라멜라와 교체돼 들어갔고 3대1로 이긴 토트넘은 3위(10승3패·승점 30)로 올라섰다. 첼시는 8승4무 뒤 첫 패배에 4위로 내려갔다. 손흥민은 오는 29일 오전5시 인터밀란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유럽 1부리그 100호 골에 도전한다.
앞서 황의조는 지난 24일 J1리그 V-바렌 나가사키와의 홈경기에서 2대1 승리에 힘을 보태는 득점을 어시스트했다. 미드필드 오른쪽 측면에서 정확한 침투 패스로 선제골을 도왔다. 연속골 행진은 6경기에서 마감했지만 황의조는 7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6골·1도움)를 이어가며 팀의 9연승에 일조했다. 소속팀에서 21골, 아시안게임 9골, 성인 대표팀 3골까지 올해만 33골을 폭발한 황의조는 이날 경기에서는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또 다른 장기를 보여줬다. 이쯤 되면 ‘유럽에서도 통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피어오르게 마련. 아직 구체적인 오퍼 얘기는 없지만 스페인과 독일의 몇몇 구단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스의 귀환을 알린 손흥민과 신들린 결정력으로 한국 축구의 정통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고 있는 황의조는 다음 달 18일 발표되는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를 놓고도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각축전이 심해질수록 내년 1월5일 개막인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을 앞둔 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의 미소는 짙어진다. 손흥민은 조별리그 2차전 이후 아시안컵에 합류하며 황의조는 주전 원톱이 유력하다. 또 다른 유럽파 이재성(홀슈타인 킬)도 24일 독일 2부리그 잔트하우젠전에서 시즌 2호 골을 터뜨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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