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주요 내용은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주·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 나누는 시간 수(분모)를 기존 ‘소정근로시간’에서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처리된 시간’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공평성과 확정성 같은 법적 측면에서도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개정안은 일반적 상식과 시급의 본질적 정의에 비춰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급은 해당 근로자가 받은 임금을 실제 근로를 제공한 시간으로 나눠야 의미가 있다. 그러나 ‘주휴시간’ 같이 실제 근로제공이 없는 시간을 합산해 나눈 값으로 1시간 일한 가치를 매기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개정안대로라면 주휴수당을 받는 근로자는 시급을 구할 때 나누는 시간 수가 1시간이 아니라 1시간 12분이 된다. 즉 일하지 않은 12분을 합산해 1시간 일한 가치를 매기는 것이 시급의 본질에 맞는다고 볼 수 있는가. 대법원도 실제 근로제공이 없는 시간을 뺀 ‘소정근로시간’만으로 최저임금 시급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취지에서 판결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개정안에 명시된 ‘유급처리된 시간’에는 법정유급 주휴시간 외에도 노사 간 ‘힘의 논리’로 협상된 약정유급수당에 대한 시간도 포함된다. 노조의 힘을 지렛대 삼아 ‘무노동 유급시간’을 늘려온 강성노조 대기업 근로자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이 중소·영세기업 근로자보다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이는 법적 공평성·확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정부의 시행령으로서 부적절하다. 즉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같은 양의 일을 해도 최저임금액이 기업별로 달라지는 불합리가 발생하고 강성노조 대기업 근로자가 더 유리해져 양극화가 심화될 소지도 있다.
특히 2년 사이 30% 가까이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임금 지불 부담능력이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한다면 법을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하고 현행 시행령에 규정된 ‘소정근로시간’만을 분모로 해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기업 현장의 부담을 다소나마 덜어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참에 30여년 전에 마련된 현행 최저임금제도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제도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순리이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형사처벌 사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형사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한다. 따라서 범죄 구성요건을 결정하는 산정 기준시간 수 문제는 정부 시행령 개정이 아닌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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