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대책’ 이후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가 길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값이 4주 연속 떨어진 데 이어 이번에는 경기도 아파트 값도 하락으로 전환했다. 강남에서 시작된 하락세가 강북권과 수도권으로 확산 되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매매시장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전세가 역시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락국면이 장기간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 내년 초 이사철을 시장의 1차 변곡점으로 꼽고 있다.
◇ 낙폭 커지는 서울, 하락 시작된 경기=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월 1주(12월 3일 기준) 수도권(서울, 경기도, 인천) 아파트 매매가는 0.0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감정원 주간조사에서 수도권 아파트값이 하락을 보인 건 올해 7월 4주(-0.01%) 이후 19주 만에 처음이다. 이는 서울의 하락세가 한 달 가량 이어지고 경기도도 약 4개월 만에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이번 주 -0.06%로 집계돼 지난주(-0.05%)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특히 잦은 대책에도 한 동안 강세를 유지했던 강북권에서 하락 지역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성북구는 이번 주 -0.03%로 집계돼 지난해 4월 5주(-0.03%)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가격이 내렸다. 도봉구도 0.02% 떨어져 지난해 9월 1주(-0.01%) 이후 1년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강남권의 하락 폭은 여전히 크다. 이번 주 강남 ·서초·송파가 각각 0.17%, 0.11%, 0.16 %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반포동 ‘주공1단지’ 전용 106㎡의 실거래가는 9월 38억 원에서 11월 33억 원으로 2달 만에 5억 원이 내렸다. 개포동 ‘주공 6단지’ 전용 73㎡도 지난달 16억 4,5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올 9월 17억 8,000만 원보다 약 1억 4,000만 원 떨어진 수준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이영순 신현대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펠로) 대표는 “대치현대 같은 구축 아파트는 거래 절벽 상태라 마지막 거래가 여름”이라면서 “전용 85㎡의 경우 최근 1억 정도 호가를 낮춘 16억 원에도 매물이 있다”고 말했다.
‘9·13 대책’ 이후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풍선효과’로 강세를 유지했던 경기도도 이번 주 0.03% 떨어져 약 넉 달 만에 하락세를 맞았다. 성남 분당구는 지난주 -0.12%에서 -0.18%로 하락 폭이 커졌고, 과천도 -0.02%로 2주 연속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고양 일산동구(-0.06%)와 일산서구(-0.08%) 등도 하락을 기록했다.
◇ 바닥은 어디까지, 최소 올 연말까지 지속 = 그렇다면 이 같은 하락세는 언제까지 지속 될까. 전문가들은 우선 올 연말까지 현재의 하락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 하락 국면이 추가적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호가가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수기 인데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현재의 장세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감정원 등에서 보이는 통계 지표만으로 현 시장 상황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약보합장으로 접어든 것은 맞지만 그만큼 관망세도 깊고 일부 단지의 신고가 사례 등을 봤을 때 혼조 양상도 크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수도권 주택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변곡점을 꼽고 있다. 우선 내년 초 이사철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정부의 강력한 대책으로 인해 조정 장세로 접어들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시기상으로 비수기 겨울철인 이유도 있어 내년 이사철에 수요자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올 연말 정부가 발표할 3기 신도시 입지 공개가 시장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 정부가 공개할 신도시 후보군이 서울 공급 부족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이 없는 곳이라면 시장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완기·이주원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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