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의창만필] 소 잃고 외양간 고치자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미리 대비할 수 있으면 좋지만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친다면

누구나 같은 잘못 되풀이할 뿐

시행착오 거치며 최선 다해야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인 모양이다. 단순히 동영상 콘텐츠를 보는 정도를 넘어 아예 검색부터 유튜브로 할 정도이다. 특히 최근 매스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모모 인사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류 매체에서 유튜브로 옮겨 새로 둥지를 틀면서 유튜브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도 몇 년 전부터 보톡스·필러 관련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는데 몇 개는 조회 수가 높아 광고가 붙을 정도다. 필자의 유튜브 동영상에는 보톡스 필러의 원리나 주의사항에 대한 강의도 있지만 인기 있는 콘텐츠는 역시 라이브 시술이다. 필러 주사 시술로 꺼진 볼을 채워주는 볼필러, 울퉁불퉁한 이마를 매끈하게 교정하는 이마필러, 낮은 콧대를 높여주는 코필러, 도톰한 입술에 입꼬리를 올려주는 입술필러, 눈밑 꺼짐을 교정하는 다크서클필러 등이 인기 있는 라이브 동영상들이다. 5분도 안 걸리는 간단한 주사 시술로 멍들지 않고 붓기도 없이 콧대가 높아지고 이마가 매끈해지고 볼이 통통해지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한편의 매직쇼를 보는 것 같다고 한다. 다만 직원들이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필자는 컴맹이라 올릴 줄 모른다) ‘필러의 신’이라는 ‘건방진’ 해시태그를 붙여줘서 유튜브를 보고 오는 고객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단점도 있다.





그런데 필자도 처음부터 ‘필러의 신(?)’이 아니었다. 그동안 많은 실수를 했고 시행착오를 거쳤다. ‘인디언주름’이라고 눈밑 앞의 광대가 꺼지면 다크서클이 심하게 보일 뿐 아니라 울퉁불퉁해서 얼굴이 더 처져 보인다. 이 꺼진 부위를 필러로 채우면 훨씬 생기있고 젊어 보이는데 적절한 용량이나 주사 깊이를 몰라서 효과를 못 본 적이 있었다. 필러를 볼륨업 용도로 사용할 때는 충분한 양을 깊게 주사해야 하는데 필러를 주름 개선 용도로만 시술하던 초창기에는 골진 주름을 펴는 것과 동일하게 피부밑에 소량만을 얕게 주사했기 때문에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70대 노모의 눈밑 꺼짐을 개선해 어머니의 얼굴을 젊게 해드리고자 필러를 잘한다는 필자를 찾아왔었는데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가 없다는 딸의 항의에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그 부끄러움 때문에 왜 효과가 없는지를 그때 처음 고민하게 된 것이다. 15년 전인가 처음 이마필러를 시작할 무렵 지금은 대스타가 된 남자 연예인지망생의 이마를 잡고 1시간 가까이 씨름했지만 울퉁불퉁해서 몇 번이고 재치료를 하다가 결국 녹여버린 적도 있었다. 이마는 피부밑에 바로 뼈가 있는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고르게 주사를 잘해도 이마근육이 많이 움직이면 금방 울퉁불퉁해지기 쉽다. 그래서 이마필러를 하기 전 미리 보톡스 주사로 이마근육의 움직임을 최소화시켜 놓은 후에 필러 시술을 해야 하고 필러가 주입되는 깊이도 근육 밑에 깊고 균일하게 주사해야 울퉁불퉁하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또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이처럼 필자에게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원인을 찾으려고 고민했고 다행스러웠던 것은 원인을 찾아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었던 점이다.

필자의 중학교 졸업식 때 교장선생님의 훈화의 요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자’는 말씀이었다. 현명한 사람은 처음 하는 일에도 실수를 하지 않지만 대부분 보통 사람은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또 대부분 사람들은 실수를 반복해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이 잘못된 뒤에는 고칠 수 없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의미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외양간을 안 고치기 때문에 계속 소를 잃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처음부터 잘할 수 없지만 실수를 하거나 결과가 안 좋으면 원인을 생각해보고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신 말씀이었다. 반어법적인 교장선생님의 졸업식 말씀은 중학생의 어린 마음에도 가슴에 크게 와 닿았던지 평생 가슴에 남아 ‘필러의 신’이라는 과분한 칭호를 듣게 된 것 같다. 물론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고민하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