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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윤흥길 "부병자자·밟아도 아리랑, 소설 모티브 됐다"

등단 50주년 맞은 윤흥길

신작장편 '문신' 출간간담

등단 50주년에 맞춰 20년 만에 장편 소설 ‘문신’을 출간한 윤흥길 작가가 11일 종로구의 한 한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학동네




‘장마’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으로 현대문학사에 기념비적인 발자취를 남긴 작가 윤흥길이 등단 50주년에 맞춰 신작 장편 소설 ‘문신’을 내놓았다. 집필부터 출간까지 무려 20여 년이 걸린 윤 작가의 역작 ‘문신’은 황국신민화 정책과 강제 징용이 한창이던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한 가족의 엇갈린 신념과 욕망 그리고 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혼돈으로 가득한 시대, 위압적이고 폭력적인 시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통과해나가는 다종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도출해낸다.

윤흥길 작가는 신작 ‘문신’이 대하소설의 명맥이 끊길 것이라는 문단의 우려를 불식시킬 대작이라는 평단의 기대 속에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출간기념회를 가졌다. 윤 작가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소설을 집필한 배경에 대해 “창씨개명을 비롯해 일본 민족과 한국민족이 같은 조상에서 나왔다는 ‘동조동근’ 등을 주입식 교육을 통해 세뇌시켜 우리 민족 정체성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최대의 위기가 일제 말기였다”며 “일제 말기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기이자 소설의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 최적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의 제목인 ‘문신’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작품의 모티프가 된 ‘밟아도 아리랑’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주제와도 관련된 제목이다. 우리 풍습에 부병자자(赴兵刺字)라는 풍습이 있었다. 전쟁에 나가기 전에 남자들이 나중에 자신이 죽더라도 가족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몸에 문신을 새기는 풍습이다. 병자호란, 임진왜란 때도 있었고, 6·25 전쟁 때도 있었다. 어렸을 때 전쟁에 나가기 전에 청년들이 몸에 문신을 새기는 것을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들이 불렀던 노래가 ‘밟아도 아리랑’이라는 노래였다. 곡조에 맞춰 ‘밟아도 밟아도 죽지만 말자. 또 꽃피는 봄이 온다’는 가사로 바꿔 불렀다는 기록을 봤다. 이것 역시 결국 지금 짐승처럼 노역에 시달려도 죽지 않고 반드시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것을 몸으로 표현한 것이다. 귀소본능의 의지가 담긴 부병자자와 밟아도 아리랑이 가장 중요한 모티프가 됐다.”

집필부터 출간까지 20년 소요

강제징용 한창이던 일제 말기

한 가족의 엇갈린 신념 그려

“민족 정체성 망가졌던 시대속

귀향의 일념 몸으로 표현한 것

인간 본연의 모습 도출에 집중”



‘문신’은 등단 후 50년이라는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낸 거장만이 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돋보인다. 그 통찰을 희극적이면서도 동시에 비극적인 장대한 서사로 그려낸 것 또한 윤흥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윤 작가는 ‘탁월한 조물주’가 돼 최명배를 비롯해 최부용, 최귀용, 최순금, 배낙철, 관촌댁 등 전형적인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입체적으로 빚어냈다. 개성미 짙은 인물 창조를 위한 작가의 노력은 자심했다. “작가로서 가장 애착이 가고 공들여 표현한 인물이 악덕 지주 최명배다. 욕심 많고 탐욕스러운 인물이다. 판소리 흥보가에서 놀부 같은 인물이다. 놀부는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표현한 매력적인 인물이다. 주요 인물이 아니더라도, 짧게 등장하는 인물에도 공을 들였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열병을 앓아서 정신지체 장애인가 된 머슴에게도, 부엌 어멈에도 공들 들였다. 부엌 어멈은 ‘무식한 티를 내는 병’에 걸렸다. 사자성어를 틀리게 사용하면서도 계속 사용한다. 이를테면 ‘적반하장’을 ‘적반화장’으로 잘못 말하고는 한다. 개개인의 특징이 잘 드러나게 디테일을 살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이번에 3권이 먼저 출간됐고, 내년 상반기에 나머지 두 권이 독자들과 만날 예정인 이 작품은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우리 말과 해학적이면서도 정감 넘치는 전라도 방언이 풍부하다. 여기에 전라도 사투리가 판소리계 율조를 타고 흥겹게 흘러가는데 마치 누군가 판소리로 소설을 읽어주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리듬감이 탁월하다. 책은 한마디로 해학과 비극이 한데 어우러진 질곡한 판소리 한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장과 어휘 선택 그리고 수사법 문장에 굉장히 힘을 들였다. 전라도 판소리 정서와 판소리 율조를 최대한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독자들을 전라도 시골 토박이 정서와 접촉시키고 싶었다. 판소리 율조에 가까워지기 위해 토씨를 과감하게 생략하기도 했다. 수사법도 판소리 정서에서 차용해 과장법, 반어법, 비유법 등을 많이 활용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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