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싸고 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까지 불사하겠다며 국경장벽 예산을 편성하라고 경고했지만 다음달부터 8년 만에 하원 다수당을 탈환하는 민주당은 절대 협조할 수 없다면서 일전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만나 멕시코 국경장벽 비용 50억달러(약 5조6,400억원)를 반영해 내년 예산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예산안 처리시한(21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나는 국경 보안을 위해 자랑스럽게 연방정부를 셧다운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국경보안’ 명목으로 13억달러를 예산에 배정할 수는 있지만 국경장벽 건설에는 협조할 수 없다고 맞섰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펠로시 대표는 지난 11·6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내년 1월3일 개원하는 새 의회에서 양보 없는 싸움을 예고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민주당 원내대표 간 회동은 17분간 TV를 통해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두 대표는 서로 손가락질하고 대화 도중 상대의 말을 끊으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크리스마스 직전인 다음주 말 셧다운 가능성을 높인 채 회동이 끝났다”고 전했다.
미 연방정부는 올 초 상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에 저항해 임시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으면서 4년3개월 만에 셧다운 사태를 맞은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멕시코에서 국경장벽 건설 비용을 부담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에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무역협정 개정의 반대급부로 멕시코가 국경 건설 비용을 부담한다고 귀띔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출범한 새 멕시코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이전 정권과 동일한 입장이라면서 “건설 비용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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