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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밥주는 '캣맘'… "생명 사랑" vs "주민 피해"

경찰관에 폭언 들은 '캣맘', 신문고에 하소연

경찰 "민원 많아 스트레스…강압적 태도 사과"

"질병 감염에다 악취" 캣맘-주민간 곳곳서 마찰

지난 5일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 ‘반려동물 사랑방’에 부산 서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캣맘’ A(46)씨가 전날(4일)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 캡처=연합뉴스




지난 5일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 ‘반려동물 사랑방’에 부산 서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캣맘’ A(46)씨가 전날(4일)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부산 서부경찰서 앞 화단에서 길고양이에게 마른멸치 등을 주고 있던 그에게 이 경찰서 경무과 B경위가 나타나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고 고함을 지르고, 고양이 밥그릇과 물그릇을 엎고 멸치를 먹고 있던 고양이를 때리기까지 했다고 A씨는 글에서 주장했다. A씨는 “이왕 가져온 음식만 다 먹이면 떨어진 부스러기를 줍고 주변을 정리하고 가겠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사정했지만, 경찰관은 당장 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 경찰서 주변에서 고양이 밥을 주면서 한 번도 제재나 경고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폭언에 가까운 고함을 들어 눈물까지 났다”면서 “고양이 밥을 주면서 제대로 청소가 되지 않고 있던 민원인 쉼터나 화단 청소까지 자발적으로 해왔는데도 범죄자로 취급된 느낌이었다”고 호소했다.

화가 난 A씨가 국민신문고에 민원 글을 올리자 B경위는 “경찰서 청사 관리자로서 분뇨 냄새 등 길고양이에 대한 민원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시민에게 강압적으로 이야기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잘못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답글을 달았다. B경위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양이를 쫓으려고 손으로 저었을 뿐 때리지는 않았다”면서 “주변이 재개발 지역이라 길고양이가 유독 많은 데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드나드는 관공서다 보니 청사관리 담당자로서 좀 예민하게 반응한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일 민원 경찰로 시민들끼리 길고양이 문제로 시비가 붙은 곳에 출동한 상황이었다면 ‘고양이 밥을 줘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의 호소로 이 사건에 대한 법률검토 등을 담당한 부산 동물자유연대는 “길고양이 밥 주기는 위법 행위가 아닌데도 추운 날씨와 굶주림 등 혹독한 환경에 놓인 생명을 돕는 캣맘들이 혐오의 표적이 되곤 한다”면서 “일반 시민의 혐오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경찰관이 캣맘에게 강압적 태도를 보인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며 유감을 표했다. 이 단체는 “청사 관리자가 구성원 불만이나 시민 민원에 민감한 것도 이해하지만 경찰서 내부에서 길고양이 밥을 준 것도 아닌데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캣맘과 주민·경찰들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둑고양이’로도 불렸던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문제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의 불씨가 된 지 오래다. 캣맘들이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줌에 따라 길고양이들이 몰리면 정작 불편을 겪는 것은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들이 주민들에게 주는 민폐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길고양이는 각종 질병의 감염원이 될 수 있으며 벼룩이나 이와 같은 2차, 3차 전염원을 옮기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또한 먹이를 찾기 위해서, 혹은 자신들의 재미를 위해서 쓰레기 봉투를 찢어 쓰레기들이 쏟아져나오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특히 이로 인해 생겨난 악취가 길고양이들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 밖에도 길고양이들이 밤에 내는 울음소리로 인해 소음공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같이 주민들이 길고양이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지만 캣맘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먹이를 주는 것을 고수하면서 지역 주민들 간의 마찰이 유발되고 있다. 대부분의 캣맘들이 동물보호법에 의거 먹이를 주는 것은 합법이지만 먹이를 주지 못하게 막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들이 길고양이를 주워서 키우지는 않는 점을 두고 이중잣대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캣맘들의 경우 대부분 자신들이 먹이를 주는 만족감을 느끼려고 하면서, 이로 인해 유발되는 소음이나 위생 문제에 대한 책임은 버린 사람이나 공동의 책임이라며 떠넘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시를 배회하는 길고양이가 쥐를 대신 잡아준다고 주장하지만,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길고양이들의 경우 쥐를 안 잡는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반박한다. 미국 포드햄대학 객원 연구원인 마이클 파슨스 박사 연구팀은 뉴욕시 쓰레기재활용센터 주변 쥐와 고양이의 생태계들을 관찰·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밖에도 캣맘들이 주민들이 길고양이들을 잡기 위해 쥐약을 살포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실시하자고 주장하는 TNR(Trap Neuter Return·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킨 다음, 다시 방사하는 것)의 경우, 드는 예산에 비해 효용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모든 민폐의 책임이 캣맘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책임은 고양이들을 버려서 이렇게 많은 길고양이를 만들어버린 무책임한 고양이 주인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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