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기업가치 평가액이 100억엔(약 1,000억원)을 넘어선 비상장 스타트업, 일명 ‘차세대 유니콘’이 급격히 늘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창업 20년 이내의 비상장 스타트업 15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0월 말 현재 기업가치가 100억엔을 넘어선 기업이 47곳으로 지난해(22곳)에 비해 2.1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칭하는 ‘유니콘’이 단 한 개에 불과할 정도로 스타트업 투자가 부진했지만 참신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에 불이 붙으면서 유니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이들 차세대 유니콘이 급증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일본 스타트업은 인공지능(AI) 개발사인 ‘프리퍼드네트웍스’다. 도요타자동차와 히타치제작소·주가이제약 등 각 분야의 대기업들로부터 출자를 받은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2,402억엔에 달한다. 이곳은 일본 유일의 유니콘 기업이기도 하다.
2위는 AI로 전력수급을 예측하고 전기요금을 집계하는 등 AI 전력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팬에어’로 기업가치는 801억엔에 달한다. 회계 소프트웨어 업체인 ‘프리’는 8월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 미쓰비시UFJ은행 등으로부터 65억엔의 자금을 조달받아 지난해보다 기업가치가 무려 70%나 늘었다. 프리의 기업가치는 652억엔으로 3위를 차지했다.
신문은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전반적으로 오른 것은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이 일본의 산업구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투영되면서 투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산업구조 변화의 흐름에 뒤처진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성장의 견인차로 삼기 위해 스타트업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올 상반기 일본 스타트업이 조달한 자금은 1,732억엔으로 전년동기 대비 40% 증가했으며 연간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4,000억엔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타트업 투자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이 기업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보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유동성이 차츰 줄면 스타트업 투자시장 역시 조정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