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안대로라면 일요일과 근로자의날을 제외한 공휴일은 시간 기준에서 빠지고 노사 합의로 결정한 토요일 유급휴일도 제외된다. 최소한 직원 연봉 7,000만원의 대기업이 최저임금 위반으로 범법자가 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게 됐다. 최저임금 시간 기준에 모든 유급휴일을 포함한다는 고용부의 원안보다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결정으로 최악을 모면했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저임금 수당을 계산할 때 약정 유급휴일에 준 수당을 제외하기로 한 것부터 이해하기 힘들다. 임금을 준 기업은 있는데 받은 근로자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모순이다. 게다가 일하지 않은 주휴시간을 포함하면 최저시급 계산에 사용되는 근로시간이 20%가량 늘어나는 문제까지 생기게 된다. 근로자가 받는 수당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근로시간은 늘어났으니 임금을 올리지 않는 한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 “아무런 의미 없는 방안”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벼랑 끝에 선 우리 경제다. 자동차·철강·조선 등 상당수 주력산업은 경쟁력 약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유일한 버팀목이던 반도체도 내년에는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를 홀로 이끌던 미국 성장률이 내년 1%대까지 떨어지고 중국도 6%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총력전에 나서더라도 내년 성장률을 올해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정부의 고백은 우리 경제가 처한 절박함의 표현이다.
현실이 이렇게 막막한데 기업들의 기를 살리지는 못할망정 부담만 잔뜩 지운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암울할 뿐이다. 진정 경제활력을 회복하고 싶다는 최저임금 시간 산정 기준에 모든 주휴시간을 없애 일도 하지 않았는데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모순부터 없애야 한다. 만회할 시간은 있다. 다음 국무회의에서 시행령 수정 개정안을 심의하기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들이 겪는 고충을 진지하게 듣고 재수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