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마지막 날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친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내년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어서 그 어느 해보다 의미가 있습니다. 100년 전 우리 민족이 한마음으로 독립을 염원했듯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타종하려 합니다.”
매년 12월31일 자정 서울 보신각에서 열리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의식이다. 서울시장 등 유명인사들과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타종 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보신각 종루을 지키고 관리하는 ‘종지기’ 신철민(44) 주무관이다.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소속인 신 주무관은 보신각의 5대 종지기다. 지난 2007년부터 스승인 고(故) 조진호씨의 뒤를 이어 종지기가 됐다. 신 주무관은 “매일 보신각종을 닦고 공식타종과 상설타종 행사를 안내하는 게 주 업무”라며 “보신각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공식타종은 3·1절, 어린이날, 광복절, 대학수학능력시험 100일 전, 제야의 종 등이며 상설타종 행사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정오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다.
신 주무관은 종을 ‘종님’이라고 칭한다. 종지기는 종에 대한 공경·예우의 마음가짐을 기본으로 일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한번은 종을 닦다 부상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바쁜 마음에 예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불상사를 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008년쯤인가요. 보신각 종님의 맨 윗부분을 닦다 떨어졌어요. 그날 행사 때문에 정신이 없어 평소처럼 ‘종님, 닦겠습니다’를 마음속으로 되새기지 않았죠. 종님의 무게가 20톤에 높이는 3.18m인데 정말 아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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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앞둔 요즘 신 주무관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다. 보신각 앞 무대 설치를 비롯해 시민들의 안전관리 계획 수립, 타종 행사 등을 모두 그가 도맡아 한다. 제야의 종 타종에는 매년 고정 인사로 시장·시의장·시교육감·시경청장·종로구청장 5명과 추천인사 11명, 그리고 신 주무관이 참여한다. 타종을 하는 고정 인사와 추천 인사는 주기적으로 바뀌지만 종지기는 바뀌지 않는다.
신 주무관은 “타종은 4개 조로 나눠 1개 조에 4명이 하는데 1조가 아홉 번, 나머지 3개 조가 여덟 번씩 총 서른세 번을 친다”며 “타종 때 모든 조의 맨 뒤에 실제 종을 칠 수 있도록 리드하는 게 종지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실제 제야의 종을 서른세 번 모두 치는 것은 신 주무관뿐이다.
그는 “매년 타종 때마다 마음속으로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데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된 2018년에 이어 내년에는 좀 더 남북 관계가 발전되는 해가 되도록 이번 타종 때 기원할 계획”이라며 “내년 12월31일 제야의 종 타종 때는 북측 인사도 참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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