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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돌아온 명태





“피가 되고 살이 되고/노래 되고 시가 되고/(중략)/내장은 창란젓 알은 명란젓/아가미로 만든 아가미젓/눈알은 구워서 술 안주하고/괴기는 국을 끓여 먹고(후략).” 강산에의 ‘명태’ 노랫말처럼 명태는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생선이다. 명태는 국민 생선의 끝판왕이다. 고등어와 갈치 역시 국민 생선으로 불리지만 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이 붙는 생선도 없다. 그만큼 친숙하다는 얘기다. 얼린 동태, 말린 북어, 반쯤 말린 코다리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명태의 상태와 크기, 색깔, 잡은 시기 등에 따라 족히 30개가 넘는 별칭이 있다. 얼고 녹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건조된 황태 외에도 잘 못 말려 딱딱해진 녀석을 골태라 부르고 황태를 만들다 날씨가 풀려 채 얼지 못한 먹태는 술안주로 제격이다.

긴가민가하지만 이름의 유래도 흥미롭다. 조선 후기 문인 이유원이 1871년 발간한 ‘임하필기’를 보면 함경북도 명천에 사는 어부 태씨가 잡은 생선을 명천의 ‘명(明)’과 자신의 성씨인 ‘태(太)’를 따 명태로 칭했다는 기록이 있다. 함경도 관찰사가 명천군을 방문했을 때 밥상에 올라온 생선의 맛이 유달라 이름을 물었더니 모른다고 해 그렇게 지었다는 것이다.



산처럼 많다 해서 산태로도 불렀던 이 녀석은 10여년 전 우리 해역에서 자취를 감췄다. 기후 변화로 동해의 수온이 상승한 영향도 있겠지만 어린 명태 노가리를 술 안줏거리로 닥치는 대로 잡아 씨를 말린 탓이 크다. 한때 10만톤 이상 잡혔지만 2008년 공식 통계상 제로로 기록됐다. 다급해진 해양수산당국이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이 2014년. 인공 부화로 치어를 길러 최근 3년간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 122만마리를 방류했다. 씨 명태를 구한다고 알 밴 자연산 한 마리에 현상금 50만원을 걸기도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집 나간 명태가 떼 지어 돌아왔다. 놀랍고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고성 앞바다에서 지난달 어획된 명태가 2만마리쯤 된다. 더 놀라운 것은 명태 200마리의 유전자 감식 결과다. 모두 자연산이다. 종 복원의 쾌거를 기대하던 당국과 연구진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자연산의 갑작스러운 출몰이 혹 회유 경로상의 일시적 현상일까 봐서다. 모처럼 명태 풍어가 반갑지만 손바닥만 한 노가리도 그물에 걸린다니 안타깝기도 하다. 연구진과 어민 모두의 인내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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