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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극단선택서 드러난 ‘공공병원의 슬픔’

심현정 서울의료원 1노조위원장 인터뷰

"따뜻하고 밝은 친구... 자기 일에 성실"

"'태움' 의혹 제기됐다...외부 진상위 필요"

"공공병원으로서 어려운 환자 많아"

"서울시는 인력 늘려줘도 체감은 어렵다"

지난 5일 극단적 선택을 한 간호사 A(28)씨의 직장이었던 서울의료원은 11일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A씨가 조합원으로 있었던 서울의료원노동조합(1노조)의 심현정 위원장은 “따뜻하고 밝았으며 자신의 일에 성실했던 사람”으로 고인을 기억했다. 심 위원장은 유족들이 제기하는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외부 인력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A씨가 행정부서로 발령받기 전 있었던 일반 병동은 공공병원의 특성상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몰리는데다 간호사들이 간병인의 역할까지 해야 해 스트레스가 심각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공공병원의 슬픔’이 드러난 셈이다. 다음은 심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심현정 서울의료원노동조합(1노조) 위원장이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생한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변재현기자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 파악하셨나.

▲고인은 일을 잘하고 똑똑한 친구였다. 행정업무를 주로 하기 때문에 한 달 동안의 인수인계 기간을 가졌다. 그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던 거다.

-극단적 선택이 태움 문화 때문이라는 우려가 있다. 간호부 특성상 고위직과 함께 일하니까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른들과 함께 일하는 건 5년 차 간호사로서 힘든 일일 수 있다. 이전에는 나이가 많은 수간호사가 가는 직책이었는데 어느 순간 PC에 능통한 간호사가 필요했던 거다. 간호사들이 간병인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하다 보니 간호사들의 업무도 늘어서 젊은 친구가 필요했다.

-그러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병원에서는 따뜻하고 밝은 친구였다고 한다. 할머니와 함께 살아서 어르신들과도 잘 지냈다고 하고 자기 일에 성실했다고 한다. 유족들의 말에 따르면 “행정 단어가 너무 어렵다. 선배들이 어떻게 잘 알아듣는지 대단하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간호사 일을 하다가 행정으로 넘어가니까 용어 배우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태움까지는 아니었다는 말인가?

▲일단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 오가는 이야기가 있는 건 사실이니까. 고인의 남동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을 보면 유서 마지막에 “병원에는 알리지 말아라. 병원 사람들은 문상도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남겼다고 한다.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으로만 구성된 진상위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서울의료원 근로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특별역학조사위원회를 설치·구성해 재발방지를 막을 수 있는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심현정 서울의료원노동조합(1노조) 위원장이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생한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변재현기자


-고인이 그러면 11월까지는 일반 병동에서 일했다는 건데. 공공병원으로서 서울의료원 여건이 어떻나?

▲근로시간이 너무 많아서 2016년에 서울시의 노동시간단축 시범사업에 선정이 됐다. 간호사 퇴사율이 너무 높다보니(지난해 9월 기준 12.6%) 휴일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문제를 해소하고 싶었다. 서울시로부터 60명을 단계적으로 충원하기로 답을 받았고 2017년에 15명이 충원되면서 수치 상으로는 휴일 근로가 없어졌다. 올해 29명 더 올 거고 2020년에는 16명 더 충원할 거다. 보건복지부 기준으로 간호사는 환자 8명 당 1명인데 기준에 맞춰나가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일이 많이 늘었다. 공공병원이다 보니 중증도 높아 운동·식사 등 혼자 할 수 없는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분들보다 많고 누워계신 분들도 많다. 간호사의 피로도가 증가하는 거다. 1:8이라는 비율을 맞춰도 실제로 환자를 보면 강도가 훨씬 세다. 정책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맞다.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서울시로부터 확보가 참 어렵다. 휴일근로가 0이 됐는데도 간호사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서울의료원부터 시작됐는데?

▲2013년에 서울시의 ‘안심병원’으로 우리가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돈을 안 내도 간병인 역할까지 다 해주니까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런데 의료 수가에 포함이 되면서 다들 각자의 권리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들 시키는 건 자기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과일 깎아달라고도 하고, 깎아주면 “우리 부모님은 찬 과일 안 먹는데 데워오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의 간호사 감정노동 지원은 무엇이 있나.

▲감정노동에 관련된 지침을 내리고 있다. 심리상담사 운영이나 간호사 휴식 시설도 만들고 있다.

-충분하다고 보나.

▲충분하지 않다. 간호사들은 환자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다. 미리 예상하지 못해서 상실감과 트라우마 같은 게 생긴다. 감정이 많이 힘들다. 다치는 걸 막을 수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심리치료 프로그램·상담·휴가 지원 등이 있다. 간호사가 이전에 비해 많이 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무도 그만큼 늘었는데 서울시는 “인력 많이 늘렸잖아” 이러고 끝이다. 병원이 커지면서 중증도가 높은 사람들이 오는데 이런 내부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공공병원의 슬픔인 거죠. 이번 사건도 간호사에게만 유독 일어나는 일이다.

-공공병원 간호사의 열악한 문제가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까?

▲열어 놓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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