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간식’이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일단 어디에 가든 찾기 쉬워야 하며 남녀노소가 가리지 않고 모두 즐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빵집에 가도 쉽게 찾을 수 있고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단팥빵은 ‘국민 간식’의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특급호텔에서도 이 국민 간식을 판다. 특히 그중에서도 롯데호텔서울의 베이커리인 ‘델리카 한스(Delica Hans)’가 만드는 단팥빵은 단팥빵 매니아들이 손에 꼽는 빵이다.
하루에 100개 가량만 한정 판매하는 이 단팥빵은 오후 3시가 되기도 전에 매진된다. 기자도 다행히 이보다 조금 일찍 매장을 찾아 먹어 볼 수 있었다. 가격은 하나에 3,500원. 특급호텔 베이커리치고는 저렴하다는 기분이다.
성인 남자 손바닥만 한 단팥빵은 두 손으로 들어도 묵직했다. 200g이 훌쩍 넘는 무게로 빵 안에 팥소가 얼마나 알차게 들어가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반을 갈라보니 빵 안의 옹골찬 팥소가 눈에 들어왔다. 한입 베어 물자 은은한 막걸리 향이 식욕을 돋우면서 팥소에 들어간 구운 호두가 재미난 식감을 선사했다. 맛은 지나치게 달지도 않으면서 고소한 전통 팥 맛이 느껴졌다. 빵 위에 올려진 깨와 팥소에 들어간 구운 호두가 고소함을 더 배가시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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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탄수화물을 적게 먹자는 주의인 기자도 이 단팥빵에만큼은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팥소 맛도 맛이지만 빵 반죽에 막걸리가 들어가 비타민·단백질·유산균 등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단팥빵은 막걸리를 넣은 1차 반죽을 하루 동안 저온 숙성한 후 다음날 2차 반죽을 완성한다. 덕분에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빵 맛이 완성된다.
매니아들이라면 모두 아는 델리카한스의 단팥빵은 최근 더욱 유명해졌다. 최근 모 방송에서 가수 노사연 씨가 60년 평생 2만여 종 이상의 단팥빵 중 가장 좋아하는 ‘최애 단팥빵’으로 델리카한스의 단팥빵을 꼽으면서 찾는 사람들이 더욱 늘었다. 노 씨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델리카 한스의 단팥빵을 정확히 찾아내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델리카 한스 관계자는 “오랜 단골 중의 단골인 노 씨가 우리 단팥빵을 쉽게 찾아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한정 판매돼 빠르게 매진되는 이 단팥빵을 롯데호텔서울에서 구하지 못했다고 해도 괜찮다. 잠실에 위치한 롯데호텔월드 외에 부산·제주·울산의 롯데호텔에서도 같은 단팥빵을 만나볼 수 있다.
단팥빵이 우리나라 고유의 간식인 것은 아니다. 유래는 사실 일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세기 넘게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 온 ‘소울푸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친근한 비주얼과 맛이 ‘뉴트로(new와 retro의 합성어)’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새롭게 받아들여지며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가끔은 특급호텔에 어울리는 화려하고 서구적인 디저트보다 단팥빵이 주는 정감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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