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물량 폭탄'에 강남권 전셋값 1억씩 '뚝'… 역전세난 조짐

송파·강동 중심 헬리오시티 등 물량부담에 대출규제 겹쳐

집주인은 물론 기존 세입자도 보증금 못 받을까 전전긍긍

사진은 최근 9,510가구 규모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주변 아파트 전셋값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송파 가락동 헬리오시티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연합뉴스




서울 송파·강동구를 중심으로 강남권의 역전세난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세입자는 제 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가지 못하고 집주인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거나 살던 집이 안나가 새 아파트 잔금을 못 치르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 입주하는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은 입주 8개월 전부터 벌써 전세물건이 나와 있다. 전체 4,932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여서 송파 헬리오시티처럼 입주 시점에 전셋값이 급락할 것을 우려해 집주인들이 미리 전세를 내놓은 것이다. 처음 5억1,000만원에 나왔던 이 아파트 전용면적 59㎡ 전세는 최근 4억8,00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전용 84㎡ 전셋값도 7억원에서 현재 5억8,000만원까지 내려갔다.

이처럼 최근 강남권의 전세시장 분위기가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는 것은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증한데다 대출까지 막혔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강남 4구 입주 물량은 1만6,000여가구에 이른다. 더구나 사실상 이달부터 입주가 시작된 헬리오시티 9,510가구를 포함하면 올해 실질적인 강남권 입주 물량은 2만6,000가구에 달한다. 지난 2017년 강남4구 입주물량이 약 1만가구, 지난해 헬리오시티를 제외하고 6,300여가구 정도인 것을 감안할 경우 큰 폭의 증가다. 이 가운데 송파구(1만500여가구)와 강동구(1만1,000여가구)에 입주물량이 몰려 있다.

게다가 2년차 전세 재계약 물량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2017년 3월 입주한 강동구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3,658가구)에서 2년 만기 전세 물건이 쏟아지면서 이 아파트 전용 84㎡ 전셋값은 지난달 초 7억원에서 현재 5억원대 초중반으로 하락했다.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줄줄이 입주하고 입주 2년차 전세까지 나오면서 이 일대는 요즘 세입자를 못 구해 난리”라며 “앞으로 입주가 줄줄이 이어지면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전셋값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에서도 당장 다음달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를 비롯해 9월 디에이치아너힐스(1,320가구)까지 약 3,300가구가 입주해 인근 지역 전셋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는 지난달 초 5억5,000만∼6억원이던 전셋값이 한 달 만에 4억8,000만∼5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달 전용 76.8㎡의 전세 시세 수준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헬리오시티 충격파에다 다음 달에는 개포 2단지 재건축 입주도 시작돼 전셋값이 급락했다”며 “새 아파트 입주를 해야 하는데 전세도 안나가고 집이 팔리지도 않아 고통스러워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도 전셋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1주택 이상자는 규제지역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본인 거주 주택의 전세가 들어오거나 팔리지 않으면 잔금 마련이 힘든 실정이다. 헬리오시티에는 이달들어 다급하게 잔금 납부를 하려는 집주인들의 급전세가 급증하면서 전용 84㎡의 전셋값은 현재 5억원대로 내려왔다. 일부 4억원대 급전세도 등장했다.

이 때문에 앞서 비싼 값에 일찌감치 전세계약을 맺었던 일부 세입자들은 전셋값이 계속 하락하자 입주 전에 전셋값을 낮춰달라는 요구와 분쟁도 늘고 있다는 게 현재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비강남권도 전세가 안 나가긴 마찬가지다. 서민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 상계동 일대도 최근 전세 수요가 급감했다. 동작구에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흑석뉴타운 아크로리버하임(1천73가구) 등 2,000여가구가 넘는 단지가 입주하면서 전세 물건이 적체되고 있다.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전셋값이 지난해 10월 7억2,000만∼7억5천만원에서 12월 6억∼6억8,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집주인은 물론 일부 기존 세입자마저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셋값 하락은 신규로 전세를 얻는 세입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반면 이사를 가려는 기존의 세입자는 집주인이 전세가 안 빠진다는 이유로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을까봐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전세보증금 반환 분쟁도 늘고 있다. 최근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를 중심으로 임차권 최근 등기명령 신청도 크게 증가하는 분위기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를 해야 하는 세입자가 보증금 우선변제권을 잃지 않기 위해 등기를 해서 대항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사전에 전세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가입하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금액 건수는 8만9,350건, 보증금액은 19조3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실적(4만3,918건, 9조4,931억원)에 비해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박동휘기자 slypd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