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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캠페인] 보건예산 63조중 정신건강 3%뿐...복지사 1명에 환자 100명

■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

⑦ 마음병환자 - 사각지대 내몰린 환자·가족

실무 부처 장관도 "마땅한 방법 없다"...부실 대책 드러나

통계도 부실...조현병 환자 10만이라지만 실제 50만 달해

청소년 정신질환 등 공공의료 측면서 접근 체계적 관리를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환자가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고 있다. 외부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경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병원 진료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사진제공=강남차병원




정신질환이 환자 본인과 가족의 아픔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자 정부도 지난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고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 등으로 정작 환자와 가족들은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치매국가책임제’와 같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접근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솔직히 말씀드려 국내 정신질환자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병원을 찾지 않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무 부처의 장관조차 현황 파악과 관리·감독이 불가능하다고 실토한 것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부 대책이 헛돌고 있었다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과 예산이다.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전국에 위치한 기초 및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는 243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를 운영하는 인력은 2,500여명에 불과하다. 일부 정신건강센터는 사회복지사 1명이 100명 이상의 환자를 담당해야 할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예산 역시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에 투입하는 예산은 63조원에 달했지만 정신건강 관련 예산은 1,5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의 대부분은 꾸준한 치료와 상담을 받으면 중증이 아닌 만성으로 평생 관리가 가능한데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사회적 인식과 구조가 문제”라며 “최근에는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제도권에서 소외되고 방치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도 허술하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전체 중증 정신질환자는 43만4,015명이었고 이 중 19%인 8만2,776명만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됐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35만1,239명(81%)이 어떤 질환을 갖고 있고 얼마나 증상이 심한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는 5만4,152명이었다. 하지만 1개월 이내에 다시 병원을 찾은 환자는 63.3%인 3만4,304명에 그쳤다. 중증 정신질환은 꾸준한 치료가 필수적임에도 매년 2만명에 달하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병원 진료를 거부한 채 불안과 고통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확한 통계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조현병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10만8,000여명이었고 이들에 대한 진료비는 3,619억원이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실제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국내 조현병 환자 규모가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조현병 유병률이 주요 선진국에서 전체 인구의 1% 규모로 일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강제하는 외래치료명령제도 이번 기회에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최근 1년 동안 외래치료명령을 받은 환자가 4명에 불과할 정도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의료진이 외래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보호자가 반대하면 막을 근거가 없어서다.

신권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명무실한 외래치료명령제를 활성화하려면 치료비와 약값을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의료기관이 환자의 입원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 큰 만큼 제3의 기관이 이를 판단하는 ‘사법입원’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정신질환에 대한 대책도 전무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청소년(9~18세) 중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사례는 1만922명으로 나타나 전년보다 27% 증가했다. 학업·진로·가정불화·교우관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회공포증·적대적반항장애·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을 겪는 청소년이 늘고 있지만 단순한 사춘기 증상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청소년 정신질환은 연령에 따라 병명과 증상이 다양하지만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정책은 보건복지부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증진 사업과 국립정신건강센터 학교 정신건강 사업에 불과하다. 이 중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증진 사업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243곳 중 130곳만 참여하고 있고 전체 예산도 매년 32억5,000만원으로 제자리다. 청소년기에 정신질환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성인이 돼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연령별 맞춤형 정신건강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준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과 진료가 핵심”이라며 “영리를 따져야 하는 민간 병원에 맡겨서는 투자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기에 선진국처럼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공공의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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