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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홈리스 청년, 그들에겐 길거리는 희망이다

■배정완·김오안 작가 2인전 '스트릿 라이프'

유명 화백·前 장관 아들 협업

금수저가 바라본 길거리의 삶

"이류인생? 희망을 품은 여정"

노숙 처참함보다 자유를 응원

직접 동행·촬영, 영화같은 여운





배정완,김오안의 공동작인 영상 설치작품 ‘스트릿 라이프(Street Life)’. /사진제공=보두앙르봉 갤러리


미안한 말이지만 “‘금수저’가 어찌 노숙자의 삶을 조망하게 됐는지”를 물었더랬다. 종로구 팔판길의 갤러리 보두앙르봉에서 한창인 배정완과 김오안의 2인전 ‘스트릿 라이프(Street Life)’에 들어서면서다. 김오안 작가는 ‘물방울’ 연작으로 유명한 원로화가 김창열 화백의 아들이고, 배정완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자 S&T중공업 회장의 아들이다. 이번 전시는 막강한 배경이자 떨치기 힘든 그늘일 수 있는 아버지를 둔 것이 공통점인 이 두 명의 작가가 협업작가로, 한 몸처럼 작업했기에 2인전이라고 하기 보다는 ‘개인전’이라 부르는 게 적합했다.

흘끔거리며 뒤돌아보는 눈길, 약간 내리깐 시선 끝에는 노숙자가 있다. 널브러져 누워있거나 쭈그리고 앉은 길바닥에서의 삶이다. 영상 설치 작업 ‘스트릿 라이프’는 미국의 홈리스 청년들을 다룬 실험적인 작품으로, 뉴욕·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거리의 젊은 노숙인들을 촬영하고 직접 인터뷰한 음성을 입혔다. “집에서 쫓겨난 나는 모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한 젊은 청년은 눈 가장자리 문신을 보여주며 음료를 들이킨다. 나와 사는 그들의 눈빛이 이글거린다.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살겠다고 뉴욕에 왔으나 3일 만에 다른 소녀에게 남자를 뺏긴 게 노숙의 사연이 된 이도 있다.

“노숙자를 위한 보호시설은 감옥에 있는 것과 같다”는 그들은 “대충 걸어 다니고 하루를 즐긴다.…별은 많이 보이진 않지만 차가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고, 달이 하늘을 건너가는 것을 보며 잠이 들고 해가 뜨면 다시 시작한다”고 읊조린다. 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희미한 희망을 품은 여정이다.



화려한 영상도 아니고, 힘겨운 사연들이건만 스쳐가는 장면들은 영화같은 여운을 남긴다. 버려진 음식 쪼아먹는 비둘기와 부서져서 나뒹구는 자전거, 움푹 패인 보도블럭이 거리의 삶과 교차한다. 비둘기는 곧 푸른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자전거도 다시 일어날 수 있으며 패인 길도 수리되거나 평평해질 것이다. 잔잔히 흐르는 영상과 시선을 고정시키는 사진 작업은 노숙 생활의 처참함보다는 거리로 나간 젊은이들의 자유로움을 응원한다.

김오안이 사진을 찍고 배정완은 스틸 사진과 영상을 편집하는 식으로 두 작가는 영역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4년 성곡미술관 전시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공동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배정완은 MIT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건축가 겸 영상설치작가로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작업한다. 김오안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주로 활동한다. 2011년에 환기미술관에서 선보인 공동작업은 우리가 일상적인 행위와 결정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인생과 시간의 흐름을 반추했다. 그 연장 선상에서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두 작가는 “하나 가진 것 없이,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 하고 대게 사회의 희생자나 이류 인생 쯤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을 만났다며 “그들은 자유에 대한 기호와 긍지, 때로는 큰 기쁨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작가들의 배경에 대한 선입관을 걷어내고, 작품 그 자체로 들여다볼 만한 의미가 거기에 있다. 다음 달 15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권오안의 사진작품 ‘빌딩 LA’ /사진제공=보두앙르봉 갤러리


배정완 작가의 설치작품. /사진제공=보두앙르봉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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