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ECB 총재 “경기 악화시 양적완화 재개할 수도”

유럽의회서 연설

“올해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경기지표 갖고 판단” 여지 남겨둬

4년 간 지속했던 채권 매입 프로그램 지난해 말 종료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EPA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 경기회복을 위해 지난해 말 종료된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설을 통해 “최근 유로존에서 경제지표와 각종 설문 결과 등이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고 있다”며 “특히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이 경제 심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ECB 정책 결정기구인) 집행의사회의 목표치를 향해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유로존의 물가는 1.6%로 전달과 비교해 0.4%포인트 추락하며 ECB의 물가 목표치인 2%를 훨씬 밑돈 바 있다. 이는 시장 전망치보다도 0.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WSJ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세계 중앙은행 등이 정책 기조 변화와 무역전쟁, 금융시장 변동성, 중국의 경기침체 등 유럽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해 말 종료된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재개 가능성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상황이 아주 나빠지면 여전히 우리의 공구함(Toolbox)에 들어 있는 다른 도구(Instruments)들을 다시 꺼낼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현시점으로는 그런 사태가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보며, 올해에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오는 3월 열리는 회의 때 새 지표를 갖고 경기 상황을 진단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ECB는 경기 부양을 위해 4년 가까이 2조6,000억유로(3,326조원)에 달하는 국채와 회사채를 사들이는 방식의 QE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가 지난해 말로 종료한 바 있다. WSJ은 “드라기 총재는 현재 시점에서 19개 유로존 국가가 경기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면서도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중국 간 무역협상 등과 같은 굵직한 이벤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경고한 발언이라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