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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접근성 충분...GTX역 추가는 과유불급

GTX 광화문역 신설 - 반대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 지하철 1·2·3·5호선 역에 버스 많은 교통요지

● 고속철을 완행으로 만들며 역 신설할 이유 없어

●'보행중심의 광장 조성' 원래 취지에 집중하길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경기도 동탄~운정)역을 추가 설치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광화문광장~서울시청 간 지하공간을 활용해 GTX A역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GTX 광화문역 추가 설치에 대략 1,500억~1,900억원의 추가 공사비용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정부가 사업비의 5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설계가 모두 끝난 상황에서 역 추가 설치 요구는 부적절하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GTX A는 지난해 말 착공됐으며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 개통될 예정이다. 광화문역 추가 설치 찬성 측은 경기지역에 거주하는 광화문 출퇴근자들에게 파격적인 교통편익을 제공하고 GTX 기능을 더 높이기 위해 광화문역 신설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광화문역 때문에 통행시간이 늘어나 고속급행철도를 저속완행철도로 만들 우려가 있고 보행 중심 광장의 관점에서도 과유불급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서울시가 발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안’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광화문광장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회복하면서도 시민 중심의 대규모 열린 광장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2005년 광화문네거리에 설치된 보행자 횡단보도를 시작으로 2010년 광화문 복원 준공과 함께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된 광화문광장은 그동안 광장 주변을 둘러싼 광폭도로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중앙분리대’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이번 설계안은 광화문 앞을 가로지르는 사직·율곡로를 우회시키고 10차로의 거대한 세종대로는 세종문화회관 쪽 차로를 없애 여전히 차량 중심인 기존 광장을 3.7배 넓어진 사람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특히 자동차 통과 교통을 억제하고 보행 중심,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꾼 아름답고 효율적인 교통동선 처리는 교통전문가가 봐도 기대 이상이다. ‘A++’를 줘도 아깝지 않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설계안에 뒤따라온 서울시의 GTX 광화문역 신설계획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 광화문광장 조성을 둘러싼 뜨거운 사회문화적 논쟁뿐 아니라 주변에 위치한 국가 중요시설들로 인한 엄격한 물리적 제약조건들은 이번 재구조화 사업을 우리나라 도시 프로젝트 역사상 가장 어려운 도시공간 설계 문제로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난제를 멋지게 풀어놓고 나서 광화문광장에 반드시 도입해야 할 이유도 없는 고속급행노선을 아무런 맥락도 없이 사업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면서까지 추진하고자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광화문광장 리모델링이 논의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얘기가 광화문 주변 교통문제다. 광장 주변 차로를 대폭 줄여 보행 중심으로 재구조화하면 주변 도심도로에 심각한 교통체증을 초래해 지역 주민과 인근 기업들이 크게 반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민원을 의식해서인지 서울시는 이번 발표에서도 도심 내 승용차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조치다. 그러나 GTX 광화문역 신설은 향후 수도권 교통체계의 핵심인 GTX의 성공적인 운영과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대중교통과 보행 중심의 광화문광장에 대한 접근교통 체계 강화라는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광화문광장의 대중교통 접근성은 이미 매우 훌륭하다. 지하철 3호선과 5호선 역이 함께 있는 소위 더블역세권이다. 또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의 시청역이 지근거리다. 서울시 교통대책에서도 현재 단절된 광화문역과 시청역 350m 구간을 연결해 기존 5호선 광화문역과 1·2호선 시청역까지 연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광장 주변을 경유하는 노선버스들을 보더라도 대중교통의 요지이다.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도착하는 광역버스 17개 노선과 서울시 간선버스 51개 노선이 지나간다. 단순하게 보더라도 최근 촛불혁명 과정뿐 아니라 2009년 광장 조성 이후 열린 수많은 대규모 집회에서 대중교통이 불편해 광화문에 모이기 힘들었던 적이 있었던가를 따져보면 된다.

이런 상황임에도 서울시가 고속급행인 GTX를 저속완행 지하철로 만들면서까지 무리하게 광화문으로 끌어들여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서울시에 감정이입을 해서 GTX 광화문역을 보면 이해되는 구석이 있기는 하다. 광화문역이 생기면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에서 광화문광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서울역과 수서역에서 곧장 GTX로 한번 환승해 접근이 쉬워진다. 버스 또는 3호선·5호선으로 갈아타는 것보다 훨씬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방문은 통근·통학처럼 매일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친지방문처럼 가끔 하는 통행이다. 통행시간을 단 몇 초라도 줄여야 하는 도시 내 반복통행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반해 GTX는 매일 반복되는 수도권의 장거리 통행을 위한 고속 교통수단이다. 광화문역으로 인한 통행시간 증가는 출퇴근의 소중한 일분일초를 빼앗아 GTX 사업의 본질을 훼손한다.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려던 사업들이 일부 과도한 여론에 밀려 번번이 취소되는 상황을 볼 때 다른 측면에서도 서울시 입장이 이해되기는 한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설계안에 따른 주변 차량소통 악화와 관련한 일부의 집요한 비난은 GTX라는 강력한 교통수단의 이미지를 활용해 상당 부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모든 정책과 사업에는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있고 우선순위가 존재한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공간이 가지는 역사성·공간성 및 사회문화적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정책결정자는 전문가를 믿고 시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 비전문가들의 막연한 문제 제기에 따른 여론의 비판과 민원에 정책 중심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광화문광장에 대한 교통대책은 이미 충분하다. 광화문광장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GTX 역사가 아니라 서울시의 호연지기(浩然之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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