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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질환·녹내장...'보이지 않는 위험' 당뇨합병증

당뇨병 15년 이상 앓은 환자
70~80% 당뇨망막병증 생겨
방치땐 신생혈관 녹내장까지
골든타임 놓치면 실명 위험
증상 없어도 정기검진 필수

망막질환·녹내장...'보이지 않는 위험' 당뇨합병증
이동원 김안과병원 망막센터장이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에게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항체치료제를 주사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안과병원

대한당뇨병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꼴(14.4%)인 502만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이들 중 55%는 고혈압, 35%는 고콜레스테롤혈증도 앓고 있다.

당뇨병은 다양하고 치명적인 합병증 때문에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고혈당 상태가 수년~수십 년간 이어지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혈관·신경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산소·영양을 실은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 정상적인 혈관 벽 구조를 갖추지 못한 신생혈관이 마구 만들어진 뒤 터지거나 혈액 성분이 누출돼 염증·부종을 일으킨다. 당뇨망막병증, 황반부종, 신생혈관 녹내장이 그 예다.

당뇨 눈 합병증 가운데 가장 흔한 당뇨망막병증은 시(視)세포가 뻗어 있는 망막에 신생혈관이 마구 만들어지고 터져 염증·부종 등을 유발한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5년 이내면 10명 중 2명, 15년 이상이면 7~8명꼴로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신생혈관이 망막 주변부에 침투하면 시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시세포가 몰려 있고 초점이 맺히는 황반부에 침투하면 초기부터 시력저하가 나타나고 때때로 물체가 휘어져 보인다. 황반부에 염증·부종이 생긴 것을 황반부종이라고 하는데 조기에 치료하면 시력을 어느 정도 보존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시력저하를 노화 현상 정도로 생각해 방치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치료는 신생혈관 성장을 억제하는 항체치료제 주사, 레이저로 손상된 혈관을 지져 없애는 방법 등을 쓴다. 당뇨병을 15년 이상 앓은 1형 당뇨병 환자의 98%, 2형 당뇨병 환자의 80%가량에서 당뇨망막병증이 생기며 이 중 절반가량에서 황반부종이 동반된다.

당뇨망막병증을 예방하거나 늦추려면 생활·식습관 개선을 포함해 혈당·혈압을 잘 조절하고 담배를 피운다면 당장 끊어야 한다. 조기에 진단을 받고 경과관찰을 하면서 꾸준히 치료하면 수술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동원 김안과병원 망막센터장은 “당뇨병 환자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번 이상, 당뇨망막병증 진단을 받았다면 더 자주 망막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생혈관이 눈 속 대부분을 차지하는 투명한 유리체로 뻗어 가면 부유물·거미줄 같은 것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신생혈관이 터져 유리체를 오염시키고 망막을 잡아당겨 망막이 아래층과 떨어지는 망막박리가 생길 수 있다.

신생혈관이 눈 앞쪽 홍채(눈조리개)까지 뻗어 가면 ‘신생혈관 녹내장’을 유발한다. 신생혈관이 눈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눈의 형태·적정 안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수(房水)의 유출을 방해해 안압이 오르고 안구통증, 결막충혈, 각막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안압이 상승하면 눈 속에 있는 시신경이 눌리면서 점점 약해져 시야가 서서히 좁아지며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홍채 신생혈관이 신생혈관 녹내장으로 진행되는 데 1~3년 정도 걸린다.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황영훈·정윤철 원장이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센터를 찾은 신생혈관 녹내장 환자의 나이는 평균 58세였고 10명 중 7명은 남자였다. 원인질환은 당뇨망막병증이 63%로 가장 많았고 망막정맥폐쇄 19%, 안구허혈증후군 4.5%, 망막박리·포도막염 각 3% 등이었다.

신생혈관 녹내장을 포함한 녹내장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는 사람은 의심환자를 포함해 연간 80만명쯤 된다. 진료를 받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유병자는 두 배쯤 될 것으로 추정된다. 녹내장이 진행되면 시야 일부가 지워진 것처럼 보이다 주변부가 뿌연 안개처럼, 말기에는 검게 보인다. 우리 눈에 들어온 빛은 시신경 중 망막 시세포(광수용체 세포)가 감지해 전기신호로 바꾼 뒤 망막 신경절세포를 통해 뇌로 전달된다. 그래서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눈→뇌가 사물을 제대로 보고 인지할 수 없게 된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이나 시신경 혈류이상에 의해 망막 신경절세포가 소실되고 시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가면서 악화한다.

한번 망가진 시신경은 지금의 치료제나 의료기술로는 회복할 수 없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게 중요하다. 증상이 없어도 40세 이상이거나 근시가 심한 경우,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 녹내장 가족력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녹내장 정밀검사(시야·시신경검사)를 받는 게 좋다.

치료법과 관련, 배형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 환자의 70~80%는 안약 치료만으로 안압이 안전한 범위 내로 조절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안약은 매일 1~2회, 일정한 시간에 한 방울씩 점안하면 된다. 홍영재 누네안과병원 녹내장센터장은 “최근 길이 1㎜ 미세관을 삽입해 방수를 배출하는 수술도 하는데 각막 절개 부위가 작아 기존 수술에 비해 합병증이 적고 회복 기간도 짧다”며 “심뇌혈관질환자의 경우 녹내장 진행 속도가 빠르므로 혈액점도검사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당뇨병·고지혈증 등도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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