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 역할로 분장해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던 브루노 간츠(사진)가 1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간츠는 동서로 분단된 베를린을 배경으로 인간의 운명을 고뇌하는 천사로 출연한 ‘베를린 천사의 시(1987)’로도 국내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간츠는 특히 히틀러의 마지막을 그린 영화 ‘다운폴(2004)’에서 히틀러의 터질듯한 광기와 내면의 우울함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는 배우로는 처음으로 히틀러를 연기한 기록도 남겼다.
노동자 계층의 가정에서 자란 간츠는 배우가 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지난 1960년대 독일에서 서점 직원, 병원 위생보조원 등을 하며 영화계 문을 두드렸다. 2001년에는 페터 슈타인이 연출한 21시간짜리 대작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역할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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