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갈수록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 수위를 낮추는 것은 2차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자 여론의 질타를 피해가기 위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미국의 이 같은 태도변화가 후속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 측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비건 대표가 제시한 방안대로 될 경우 북 비핵화 과정은 장기간 교착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만 인정해주고 대응조치로 제재완화를 서두르면 북핵 해결은 영영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제 북미정상회담까지 불과 9일 남았다. 이번주에는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도 예정돼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정상은 조급한 마음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 어차피 북핵은 하루 이틀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그런 만큼 멀리 내다보고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당장 정권 임기 내에 성과를 내겠다고 제재완화부터 서두르면 북핵 해결은 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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