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 목동과 청량리를 잇는 지하 경전철인 강북횡단선 건설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편했던 강북지역의 교통 문제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긴 공사 기간에 대부분 경제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돼 실제로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는 신중한 반응이었다. 아울러 계획대로 교통망이 구축될 경우 역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강북지역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시는 20일 목동∼청량리 횡단 경전철 건설 계획 등을 담은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구축계획(안)’ 용역 결과를 내놨다. 계획안에는 2028년까지 ▲ 경전철 6개 노선 신설 및 보완 ▲ 경전철 2개 노선 연장 ▲ 지하철 노선 2개 개량 등 비강남권에 총 10개 노선을 만드는 내용이 포함됐다. 총연장 구간은 71.05㎞, 총사업비는 7조2,302억원이다.
전문가들은 교통 소외지역에서 도심 접근성이 향상돼 서울 내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오랜만에 나오는 서울 도심에 나오는 신설노선”이라며 “청량리. 상암 등지는 최근 업무·상업시설 개발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아울러 “내부순환도로와 외곽순환도로 사이 간극을 메워줄 교통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포화 상태였던 내부순환도로 교통난 해소에 도움을 주고 교통 소외 지역에서 지역 간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교통개선 효과는 낙후지역이나 외곽지역일수록 크게 나타난다”며 “이들 지역 주민의 도심 오피스 권역으로 접근성이 높아지는 만큼 교통복지 효과는 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경전철이 지나가는 지역은 장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대출 제한 등 부동산 규제가 집값 상승을 억누르겠지만,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엔 역 주변을 중심으로 강북권의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 위원은 “4호선 급행이 지나는 노원, 강북, 성북, 도봉 등 강북권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규제가 완화될 경우 강북지역은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강북권을 횡단하는 노선이어서 전체적인 서울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기간이나 비용은 여전히 숙제다. 총사업비 7조2,302억원 중 시비는 절반이 조금 넘는 3조9,436억원이고 나머지 비용은 국비(2조3,900억원)와 민간사업비(8.966억원)로 조달할 계획이다. 그러나 강북횡단선의 경제적 타당성(Benefit/Cost·비용 대비 편익)은 0.87이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려면 B/C가 1.0을 넘어야 한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21년 착공해 4∼5년 뒤 개통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사업비 300억원 초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이뤄질지 불확실하다. 서울시 고홍석 도시교통실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완공 예정일을) 확정할 수는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다고 해도 건설은 물론 유지·관리에도 상당한 비용이 계속해서 나갈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감수하고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지상으로 뚫으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서 “전 노선 지하화를 고집하기보다는 지상으로 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기가 끝난 후에도 사업 추진이 지속될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업 규모나 계획을 봤을 때 박 시장의 임기 내 끝내기 어려운 사업”이라면서 “자칫 계획만 세우다 끝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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