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독립그룹(Independent Group)’의 운명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이들의 행보가 ‘브렉시트’ 정국에서 영국 정치판을 재편하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과 데일리메일 등 영국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영국의 양당정치를 뒤흔들 기미를 보이는 독립그룹의 약진에 주목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에 대한 당의 미온적 대처에 불만을 품고 지난 18일부터 무더기로 탈당한 노동당 의원 8명이 주축이 돼 만든 독립그룹은 아직 당수나 당규도 정하지 못한 신생 정치집단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직된 지 사흘 만에 이 단체가 지지율 조사에서 보수·노동당에 이어 3위로 급부상한 데 이어 집권 보수당 의원 3명까지 합류하고 나서면서 영국 정가의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도노선을 지향하며 보수·노동당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합류한 독립그룹은 18∼19일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의 조사에서 무려 14%의 지지율로 보수·노동당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앞서 유고브의 최근 조사에서 41%의 지지를 받았던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은 38%로 내려앉았고 노동당의 지지율도 33%에서 26%로 떨어졌다. 특히 이번 조사는 20일 보수당의 애나 수브리, 세라 울라스톤, 헤이디 앨런 등이 탈당 후 합류하기 전에 실시된 것으로 초당적 이미지를 갖추게 된 지금 지지율은 더욱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 국민들이 독립그룹에 환호를 보내는 것은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암담한 브렉시트 정국 때문이다. 다음달 29일 시한을 앞두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간의 ‘안전장치’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은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앞서 EU와 영국은 지난해 11월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에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 간 ‘하드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영국 의회는 안전장치가 영국의 EU 종속을 의미한다며 합의문에 반대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EU 측과 브렉시트 재협상을 추진 중이지만 EU는 재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해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노딜’ 공포가 가시화하면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영국 국가신용등급을 향후 강등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브렉시트 협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노딜 브렉시트 위험이 커졌으며 이는 영국 경제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통상 일정한 날짜에 등급 의견을 업데이트하는 국제신용평가사가 예고 없이 등급 가이던스를 바꾸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피치가 부과한 영국 국가신용등급은 ‘AA’다.
노딜 브렉시트 공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상당수 영국 국민들이 원하는 그림은 ‘제2 국민투표’ 시행이다. 애초에 충분한 정치적 고민 없이 가결된 브렉시트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효율성을 다시 짚어보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독립그룹에 몸담은 의원 11명은 ‘친EU’를 표방하며 제2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노동당 의원 8명은 모두 주니어급의 온건 성향으로 제러미 코빈 당수가 당의 기조인 EU 잔류에 소극적이고 제2 국민투표를 적극 시도하지 않는 점을 비판하며 당을 박차고 나왔다. 보수당을 탈당한 여성 의원 3명 역시 뾰족한 해법이 없는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 처리 방식이 탈당에 결정타가 됐다고 언급했다. 중도노선을 지향하며 꾸려진 독립그룹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조만간 11개 의석을 확보한 자유민주당과도 브렉시트 관련 논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지금과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면 앞으로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며 “탈당 의원들이 독립그룹에 몸담고 세를 불린 이 정당이 자유민주당 세력과도 규합하게 된다면 브렉시트 정국에 새 바람이 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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