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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적지는 방치되는데...이국적 명소로 뜨는 적산가옥

카페 등으로 개조 젊은층에 인기

"적산가옥 보존 없애자" 주장 속

"비난말고 교훈 얻어야" 목소리도

탑골공원은 노년층 쉼터로 전락

"정부 차원 홍보.관리 필요" 지적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카페. 적산가옥을 개조한 이 카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백주원기자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3.1독립운동기념터가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백주원기자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일명 ‘서울역 카페’ 안. 일제강점기인 1932년 12월에 지어진 적산가옥(敵産家屋)을 개조한 카페는 ‘일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카페 내부에는 일본식 목조건축 양식을 대부분 보존했고 2층 일부는 일본식 돗자리가 깔린 마루(일명 다다미)로 꾸며놨다. 이국적인 카페를 찾아 SNS 인증샷을 남기려는 손님들로 카페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같은 시각 서울역 카페에서 불과 420여미터 떨어진 한 길가. 이곳은 1919년 3월5일 학생과 시민 수 천명이 모여 ‘2차 3·1 운동’을 벌인 곳으로 ‘3·1독립운동기념터’다. 그러나 지나는 시민들 가운데 이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을 피하기 위해 노숙자 몇몇이 공원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불편한 유산’ 적산가옥은 이국적 명소로 재평가받는 반면 독립유적지는 본래 의미조차 잊혀 진 채 방치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독립유적지조차 소홀히 대하는 상황에서 적산가옥을 보존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부끄러운 과거도 역사’라며 적산가옥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올해 들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제 침략의 상징인 적산가옥의 문화재 지정을 반대한다’ ‘적산가옥을 없애자’는 등 적산가옥에 비판적인 글이 20여 개나 게시됐다. 적산가옥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거주 목적으로 지은 주택으로 적(敵)이 살던 집이라는 의미다. 최근 도심재생사업의 하나로 목포, 군산 등 일부 지자체에서 적산가옥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관리·보존하기 시작하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논란의 이면에는 적산가옥이 젊은 층 사이에서 ‘관광명소’로 부각되는 현실도 한 몫 한다. 부산광역시 수정동에 있는 일본식 가옥 ‘정란각(貞蘭閣)’이 대표적이다. 1943년 한 일본 기업인이 지은 이곳은 ‘일본 감성’을 느낄 수 있다며 젊은 층 사이에서 셀카 명소로 꼽힌다. 지난 2007년 등록문화재 제330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유명 국내 가수가 이곳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하루 평균 관광객만 200여 명에 달한다. 윤해린 문화공감수정 관장은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윤 관장은 “젊은 사람들이 적산가옥에 담긴 역사나 문화재라는 인식 없이 그저 사진만 찍고 간다”며 “심지어 기모노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표적인 3·1운동 발상지인 서울시 종로구 탑골공원은 ‘노년층의 쉼터’ 정도로 전락했다. 적산가옥을 개조한 카페를 방문한 김태훈(25)씨는 “탑골공원이 독립운동역사지인지 몰랐다”며 “사람들이 독립운동역사지와 적산가옥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를 탓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에 사는 김동엽(25)씨는 “탑골공원은 그저 할아버지들이 술 마시는 곳이라는 생각만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관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아프고 부끄러운 과거라도 이를 남겨 후세에 역사적 교훈을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창모 문화재청 근대문화재위원은 “찬란한 것만 우리 문화유산은 아니다”며 “적산가옥은 일제 침략의 역사인데 이를 없애면 그에 따른 증거물도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부끄러운 과거를 우리가 지워주는 꼴이며 후세에 역사적 교훈도 남길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종갑·백주원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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