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함에 만원을 넣으면 어떻게 해”
이달 초 서울의 한 간선버스 안. 갑자기 버스기사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한 여중생이 교통카드 잔액 부족으로 현금을 내놓자 버스기사가 거스름돈이 없다며 화를 내고 삿대질을 한 것이다. 고함에 놀라 울음을 터트린 여중생은 “어떻게 하죠”라고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내가 돈이 어딨어, 회사에 전화해봐” 뿐이었다.
24일 버스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조만간 시외버스 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버스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시외버스의 경우 일반·직행 노선 운임 상한율이 13.5%로 정해졌고 고속버스는 7.95%로 정해져 평균 10.7% 인상된다. 지자체가 관할하는 시내버스 요금은 지역별로 200~300원 가량 오를 전망이다.
문제는 운송업계가 요금을 올릴 때마다 서비스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체감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에 접수된 버스 이용 민원은 수치상으로만 볼 때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버스기사의 불친절 민원건수는 지난해 1,966건으로 2,000건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버스 기사의 욕설 등에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A씨는 “얼마 전 새벽에 경기버스를 혼자 탔는데 버스기사가 피곤했는지 욕을 하면서 운전해서 굉장히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같은 정류장에서 만난 B씨도 “한번은 급한 용무로 전화통화를 했는데 버스기사가 갑자기 화를 냈다”며 “좋게 말할 수도 있는데 무작정 목소리를 높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무정차 및 승하차 전 출발이나 난폭운전 문제도 있다. 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관련 민원건수는 4,971건으로 불친절 민원건수보다 2.5배나 많았다. 서울특별시버스사업조합 민원 게시판에도 무정차 민원은 매일 2~5건씩 꾸준히 올라온다. 전문가들은 버스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 연구소 박사는 “버스기사의 불친절 문제는 개인차가 아닌 회사 차원의 복지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병호 교통안전공단 박사도 “일부 버스기사들은 자신의 열악한 신세에 대한 불만을 순간적으로 승객들에게 표출하기도 한다”며 “시민단체들이 옴부즈만 형식으로 운수종사자들을 모니터링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